도 예산 지자체 중 뒤에서 2등
대부분 '로케이션 인센티브'
영화 DB 등 기반 구축도 아직
"제작 지원 추락…수치스러워"

영화·영상 분야 올해 예산은 문화예술계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케이션 인센티브 지원 사업이 2억 원(2020년)에서 5억 원(2021년)까지 늘었던 걸 제외하면, 최근 3년간 이를 뺀 나머지 사업은 해를 거칠수록 예산이 줄거나 아예 편성되지 않아서다. 오래전부터 지원 규모가 작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경남도는 관련 분야 예산 비중을 늘리지 않았다.

김민재 미디어센터내일 대표(영화 기획자)는 "두 가지 기준에서 예산의 과불급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첫째는 총예산을 다른 광역자치단체 영화 관련 예산과 비교해보는 것이고, 둘째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총사업비에서 영화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로 비교해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남은 인구 수와 지역내총생산(GRDP) 대비 분명 다른 광역지자체에 비해 크게 적은 예산을 영화 부문에 편성하고 있다"면서 "이는 콘텐츠진흥팀에서 2021년 12월 간담회 때 준비했던 타 지자체 영상위원회 예산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그가 언급한 자료는 지난해 12월 7일 창원 의창구 팔룡동 '문화대장간 풀무' 다목적실에서 '2021 경남 영화·영상산업 발전을 위한 전문가 초청 간담회'라는 이름으로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하 진흥원)이 마련한 행사 때 나온 지역별 영상 분야 사업지원 규모 등을 담은 문건이다. 여기에는 타 지역 영상산업 관련 기구 운영 현황과 지역별 영상위원회 연간 예산이 포함됐다.

당시 진흥원이 한국영상위원회·지역영상위원회 등으로부터 확보한 자료(2021년 4월 기준)를 살펴보면, 연간 예산 상위 3개 지역은 서울(48억 원)과 제천(40억 원), 부산(39억 원)이었다. 인천(31억 5000만 원)과 경기(30억 6500만 원), 전주(18억 1000만 원), 대전(14억 9000만 원), 제주(13억 3900만 원)가 뒤를 이었고, 다음은 충남(9억 2500만 원), 전남(9억 2000만 원), 강원(9억 원)이었다. 경남(7억 원)은 청주(5억 원)에 이어 뒤에서 두 번째로 예산이 적었다.

김 대표는 "진흥원 사업비에서 영화 부문 예산은 통상 1% 내외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1% 내외라는 건 로케이션 인센티브 지원 사업 예산은 포함하지 않고, 나머지 사업 예산의 총액만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비율은 진흥원의 문화예술 사업별 예산 배분 형평성을 고민해볼 수 있는 지점이라고 밝히면서, 로케이션 인센티브 지원 사업은 실질적으로 도내 관광 활성화를 위한 사업으로 봐야 하므로 지역 영화 창작자나 문화 향유자는 사업 직접 수혜자가 아니라고 그는 평가했다.

김 대표는 또 "로케이션 인센티브 지원 사업 외 영화 영상 관련 최소 예산이 5억 원 미만일 경우에는 예산 확보가 먼저 돼야 한다"면서 "현재 추경에 반영하고자 하는 수준의 예산 증액은 있어야 하며, 그 이상의 예산을 추가 확보하기 위해서는 도의 비전 수립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록경 영화감독도 올해 예산이 적어 아쉽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최근 3년 사업 예산 중 올해 예산이 가장 적다. 조금씩 증액된다면 좋겠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면서 "가장 아쉬운 건 독립영화 제작 지원 예산이 2020년과 2021년에 이어 올해는 더 줄었다는 거다. 이 사업은 현재보다 더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영화 교육 지원 사업 예산이 편성된 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프로그램은 계속해서 지역에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재한 영화감독은 "올해 예산은 적은 수준이 아니라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편 영화 만드는 데 내 기준으로는 3억가량이 든다. 독립영화 제작 지원 사업 예산 4000만 원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박재현 영화감독은 영화인 지원을 위한 기반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감독은 "어느 지역에 뭐가 있고 어떤 배우가 있는지, 지역 어디에서 촬영할 수 있는지 등 장소 DB를 포함한 지역 영화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다른 지역에선 다 마련해놓은 상태지만, 경남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다"며 "이런 것부터 먼저 시작해서 기반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국제영화제를 지역에 만들어서 키워나가는 방향으로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독립영화 제작 지원금에 대해서는 "매년 지원이 줄더니 올해는 4000만 원대가 됐다. 부끄러운 수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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