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닥이는 생선서 삶의 안간힘 봐
고독사 등 이야기로 세상에 질문

"새벽 어판장 어선에서 막 쏟아낸 고기들이 파닥파닥 바닥을 치고 있다./ 육탁(肉鐸) 같다./ 더 이상 칠 것 없어도 결코 치고 싶지 않은 생의 바닥/ 생애에서 제일 센 힘은 바닥을 칠 때 나온다./ 나도 한때 바닥을 친 뒤 바닥보다 더 깊고 어둔 바닥을 만난 적이 있다./ 육탁을 치는 힘으로 살지 못했다는 것을 바닥 치면서 알았다./ 도다리 광어 우럭들도 바다가 다 제 세상이었던 때 있었을 것이다./ 내가 무덤 속 같은 검은 비닐봉지의 입을 열자/ 고기 눈 속으로 어판장 알전구 빛이 심해처럼 캄캄하게 스며들었다."('육탁' 일부)

1998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 <주남의 새들>(2017) <잠을 두드리는 물의 노래>(2006) <우포늪 왁새>(2002) 등을 쓴 배한봉 시인이 5년 만에 여섯 번째 시집 <육탁>을 냈다.

새벽 어판장에서 본 생선 모습에서 파닥파닥 육탁을 떠올린 시인은 자신의 암울했던 시기를 떠올렸다. 과거 바닥을 쳐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 심정을 알 것 같다. 어쩌면 지금이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용기를 불어넣을 수도 있겠다.

"늘 열려 있어서 눈물 고일 시간도 없었으리라./ 고이지 못한 그 시간들이 염분을 풀어 바닷물을 저토록 짜게 만들었으리라." '육탁'은 어쩌면 눈물에서 힘을 얻을지도 모른다. 그림이 선명하다. 멈추지 않고 흐르는 소금기 가득한 눈물. 그 눈물 가득한 초점 없는 눈. 인생 밑바닥에서 흘린 눈물로 자신의 몸을 절여놓았을 삶. 절절한 안간힘.

'육탁'이라는 표현은 배 시인이 만든 말이다. 배 시인이 육탁을 설명하면서 '파닥파닥'을 언급했을 때 바로 육탁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는 자기 시에 '시론 에세이'라는 이름으로 해설을 덧붙였다.

"포장마차에 들러 국수를 한 그릇 말아먹고 있는데 낡은 옷을 입은 남자가 어린 소녀의 손을 잡고 들어왔다. 주인이 내놓는 국수는 거의 두 그릇쯤의 양이 될 정도로 넉넉했다. 그는 아이가 다 먹고 난 뒤에야 남은 국수를 먹고 일어서는 것이었다. (…) 삶은 더러 그 한 그릇 국수조차 허락하지 않을 때가 있다. 지옥에 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더 깜깜한 나락으로 여전히 추락하고 있는 자신을 본 적 있는 사람은 절망이라는 관념이 얼마나 사치인가를 알게 된다."

배 시인은 "이 시집은 세상에 대한 질문이고 인간에 대한 질문"이라고 했다. 이러한 질문은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도 여지없이 쏟아진다. "혼자 살던 이가 숨진 지 수십 일 지나 발견됐다"로 시작하는 이 시는 불평등이 낳은 불합리 때문에 사내가 죽었고 이것은 21세기 고질병이라고 진단했다. 그래서 이것은 발견이 아니라 '발굴'이라고 표현했다. 여우난골. 156쪽.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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