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주최한 기업 토론회
대우조선·삼성중 모두 불참
다양한 원인·해법 나왔지만
현장 목소리 수렴 취지 무색

거제시가 조선업 인력 수급 대책을 마련하고자 개최한 기업 토론회가 반쪽에 그쳤다. 기업 토론회인데 정작 거제 양대 조선사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모두 불참했다. 두 대기업이 뒷짐을 진 채 토론회를 외면하면서 다양한 현장 목소리를 담으려던 애초 취지도 반감됐다.

시는 지난 21일 시청 블루시티홀(대회의실)에서 '조선업 인력 수급 대책 마련 기업 토론회'를 열었다. 원·하청사 노동조합, 상공인단체와 조선소 사외 협력사 관계자, 시의원, 관계 기관 공무원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토론회는 별도 주제 발표 없이 지정 토론과 자유 토론으로 진행됐다. 조선업 인력난이 '발등의 불'이라는 데는 업계 안팎으로 공감하면서도 해법을 두고서는 시각차를 보였다. 노동자 임금 인상을 비롯한 처우 개선과 신규 인력 유입을 위한 주거 지원 등 여러 의견이 나왔다.

전기풍(국민의힘·다) 거제시의원은 "사실 인력 수급 문제는 임금 문제다. 이걸 해결하지 않으면 (인력난이)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원·하청 임금 격차가 상당하다. 이를 해소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상헌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장은 숙련 인력 재고용 방안과 노동자 주거 안정 대책 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 인력난 문제를 상시적으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김춘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거제를 떠난 한 하청노동자 사례를 소개하면서 유출 인력이 조선업으로 돌아오지 않는 이유로 낮은 임금 수준과 일상적으로 차별을 받는 현실 등을 지적했다.

이성신 성내협동화단지 회장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그는 "땜질 처방으로는 안 된다"며 "국비 등으로 '조선업 현장 기능 인력 훈련 센터'를 시급히 건립해 실질적인 현장 인력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천종완 한내협동화단지 회장은 "사람은 없는데 주 52시간제로 일을 많이 못 한다. 그래서 (인력이) 경기도 쪽으로 빠진다. 인건비 높고 처우가 좋아서 되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상진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정책부장은 조선업 현장 특성에 맞는 제도 개선과 정부 차원의 선수금 환급보증(RG) 발급 완화 등 금융 지원, 하청노동자 등 조선업 종사자 지원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이형운 거제시 조선산업일자리과장은 "정부 방침과 업계 견해를 수렴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인력 수급 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조민희 고용노동부 통영지청 지역협력팀장은 "건의 사항을 (상급 기관에) 잘 전달해서 조선업 인력 수급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토론회를 지켜본 거제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관계자는 "토론회에 양대 조선사가 참여하지 않았다. 다음에는 반드시 원청이 참여해 견해를 내놓아야 한다"며 "현장감 있는 논의가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은 "다음에는 거제시민과 함께하는 포괄적인 토론회를 열어야 한다. 양대 조선소 책임자가 참여해야 의미가 있다"며 "기업 수익이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얘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서 변광용 시장은 토론회 인사말에서 "조선업 인력 수급 문제는 거제시 생존과 같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해결책을 마련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효율적인 인력 수급 대책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장도 다른 일정을 이유로 토론회 초반에 자리를 떴다. 이김춘택 하청지회 사무장은 페이스북에 쓴 토론회 총평에서 이를 두고 "거제시가 주최한 토론회임에도 토론회 시작할 때 인사말만 하고 다른 일정이 있다며 가버렸다. 기껏해야 한두 시간.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생각도 없으면서 토론회는 왜 개최한 것일까?"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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