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1명이라도 사망하면 안전의무를 다하지 못한 사업주가 1년 이상의 징역을 받게 되는 법이다. 시행일이 다가오면서 중소기업의 불안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중앙회가 50인 이상 중소제조기업 300여 개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중소제조업 중대재해처벌법 준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혼란이 가중되고 있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50인 이상 중소제조업체의 53.7%는 시행일에 맞춰 의무사항을 준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50~99인 기업은 60.7%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시행일에 맞춰 의무를 준수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의무 이해 어려움', '전담인력 부족'을 꼽았다.

사실상 중소기업은 절반 이상이 법을 지키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며 자포자기한 상태이다.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등 저마다 대처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기업들조차 제대로 된 대책인지 확신할 수가 없다. 중소기업체에서 이러한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중대재해의 기준, 안전관리 책임과 의무의 대상 등에 구체적인 규정과 해석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서는 사업주가 안전보건 관계법령 전반을 준수하도록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전문가도 파악하기 어려운 의무를 중소기업이 알아서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사고가 발생하면 안전관리를 위해 충분히 조치를 취했는지 책임 소재를 거꾸로 찾아가는 구조다. 그렇다 보니 중소기업 사업주가 사고 예방을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했다고 해도 정부 점검에서 '불충분하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인 사이에서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보다 사고 발생 시 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한 논리 개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 현장에서 노동자 생명과 안전은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사업주가 알아서 30개가 넘는 안전보건 관계법령과 1200개가 넘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규정을 준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모든 게 사업주 책임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에서 벗어나 재해예방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속히 실제 기업 현장 실정에 맞는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세부 시행령을 보완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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