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년 대비 접수 16%↑
5인 미만 사업장 근기법 예외
가해자 처벌 사례 극히 적어
노동계 "적용 대상 등 개선을"

"사장이 말끝마다 욕을 하고, 갑자기 다가와 손을 들고 때릴 것처럼 위협합니다. (중략) 스트레스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다가 용기를 내 노동청에 사장을 신고하면서 사장 욕하는 녹음과 카톡 내용 증거로 보냈는데, 5인 미만 사업장이라고 취하 통지서가 왔습니다. 정말 미치겠습니다."

민간공익단체 직장갑질119와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지난해 12월 30일 낸 직장갑질보고서 속 상담 사례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접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지만, 근로기준법상 5인 미만 사업장 등 적용 제외 대상이 많아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이 마련된 이후 매년 사건 접수가 늘고 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비례) 의원은 20일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를 정리한 결과,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접수 건수는 2019년 2130건, 2020년 5823건, 2021년 6763건이었다고 밝혔다. 지난해는 2020년 대비 사건 접수가 16% 늘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는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고,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낼 수 있다. 다만, 근로기준법은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는 까닭에 실제 사건이 일어나도 적용 대상에서 빠지거나 규제하기 어려운 사례가 잇따른다.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사건 가운데 지난해 말까지 종결된 사건은 1만 4327건으로 개선 지도 1859건(12.98%), 검찰 송치 179건(1.25%), 취하 5754건(40.16%)이었다. 절반 가까이 차지한 6535건(45.61%)은 '기타'로 분류됐는데 주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위반 없음 등이다.

가해자 처벌도 미흡하다. 검찰 송치 179건 가운데 기소 의견은 66건으로, 전체 종결 사건 0.46%에 그쳤다. 용 의원은 "고용노동부에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해도 검찰에서 기소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설명했다.

업종별 신고 건수는 제조업 2523건(17.14%),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2200건(14.95%), 기타 2159건(14.67%), 사업시설관리업 1782건(12.11%) 순이었다. 유형별 신고 건수는 폭언 6588건(39.72%), 부당인사 2810건(16.94%), 따돌림·험담 2148건(12.95%), 차별 588건(3.54%), 업무 미부여 497건(3.0%), 폭행 441건(2.66%), 감시 399건(2.41%), 강요 271건(1.63%), 사적 용무지시 252건(1.52%), 기타 2593건(15.63%)이었다.

직장갑질119 상담 스태프로 활동하는 문상환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정책기획부장은 "근로기준법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이 안 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가장 약한 고리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 사각지대에 놓인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간접고용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노동자는 1300만 명이 넘는다.

용 의원은 "직장 내 괴롭힘 적용 대상을 5인 미만 사업장,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으로 넓히고 처벌규정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신중히 다뤄야 하는데도 법 시행 2년 반이 지났음에도 개선할 점이 많아 보인다"며 개정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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