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실상
현지 전설 모티브 삼아 만화로
작가 경험과 주민 이야기 담아
웃음 잃지 않는 이들 향한 헌사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5월 15일을 '나크바'라고 부른다. '재앙의 날'이라는 뜻이다. 이날이 나크바로 통하게 된 건 이스라엘 영향이 크다. 이스라엘 건국(1948년 5월 14일) 다음 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고향 땅에서 쫓겨났다. 요르단강 서쪽부터 지중해까지 이르는 단검 날 모양 땅에 유대인들은 그동안 살던 사람을 몰아내고 나라를 세웠다. 오늘날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까마득한 옛날, 이 땅에 살았었다. 기원전 63년 로마 침략으로 나라가 망하기 전까지 이스라엘이 땅 주인이었다. 패망 후 세계로 흩어졌다. 이들이 떠난 자리는 아랍 계통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채웠다. 나라를 잃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훗날 다시 돌아오게 되면서 그들이 떠난 곳에서 잘살고 있던 팔레스타인인은 졸지에 실향민 신세가 됐다. 2000년 전 떠났다가 다시 나타난 사람들에 의해 강제로 땅과 집을 빼앗겼다.

▲ 원혜진 작가가 펴낸 만화책 <필리스트> 속 한 장면.  /갈무리
▲ 원혜진 작가가 펴낸 만화책 <필리스트> 속 한 장면. /갈무리
▲ 원혜진 작가가 펴낸 만화책 <필리스트> 속 한 장면.  /갈무리
▲ 원혜진 작가가 펴낸 만화책 <필리스트> 속 한 장면. /갈무리

70만∼100만 명이 난민 생활을 하는 등 갖은 수모를 겪었다. 쫓겨난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고 이스라엘과 싸웠다. 이들에게 빼앗긴 땅을 다시 돌려받기 위해서다. 지금도 이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끝을 기약할 수 없는 다툼 속에서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과 여러 차례 분쟁을 치렀다.

원혜진 작가가 펴낸 만화 <필리스트>는 팔레스타인 이야기를 다룬다. 일곱 살 여자아이 리나와 그 가족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팔레스타인 실상이 만화로 읽기 쉽게 그려진다. 언제 군인들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불안한 일상이지만, 희망과 평화를 갈망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팔레스타인 보통 사람들 얘기가 주된 내용이다. 2013년 <아! 팔레스타인>을 출간했던 작가가 그후 직접 팔레스타인에 가서 겪은 경험에 줄거리를 입혔다.

▲ 원혜진 작가가 펴낸 만화책 <필리스트> 속 한 장면.  /갈무리
▲ 원혜진 작가가 펴낸 만화책 <필리스트> 속 한 장면. /갈무리
▲ 원혜진 작가가 펴낸 만화책 <필리스트> 속 한 장면.  /갈무리
▲ 원혜진 작가가 펴낸 만화책 <필리스트> 속 한 장면. /갈무리
▲ 원혜진 작가가 펴낸 만화책 <필리스트> 속 한 장면.  /갈무리
▲ 원혜진 작가가 펴낸 만화책 <필리스트> 속 한 장면. /갈무리

만화는 팔레스타인이 처한 우울한 현실을 쫓아간다. 회의차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간 리나 아버지가 이스라엘 봉쇄정책 영향으로 7년째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탄압을 규탄하는 시위를 8년째 금요일마다 벌이는 모습을 짚는다. 오랜 싸움으로 고통받는 국민과 가자 지구 공습에서 비롯된 민간인 피해 사례도 보여준다.

노래하는 작은 검은 새 '필리스트'를 기다리느라 죽지 못하는 5000년 된 올리브나무(어머니나무) 전설이 모티브다. 필리스트는 팔레스타인 남쪽 지방 유적지에서 발견된 도자기류에 그려진 목이 뒤로 꺾인 검은 새 이름이다.

▲ 원혜진 작가가 펴낸 만화책 <필리스트> 속 한 장면.  /갈무리
▲ 원혜진 작가가 펴낸 만화책 <필리스트> 속 한 장면. /갈무리
▲ 원혜진 작가가 펴낸 만화책 <필리스트> 속 한 장면.  /갈무리
▲ 원혜진 작가가 펴낸 만화책 <필리스트> 속 한 장면. /갈무리
▲ 원혜진 작가가 펴낸 만화책 <필리스트> 속 한 장면.  /갈무리
▲ 원혜진 작가가 펴낸 만화책 <필리스트> 속 한 장면. /갈무리

원 작가는 팔레스타인을 어렵게 방문, 그곳에서 마주한 현실과 주민에게서 들은 얘기를 줄거리 기둥으로 썼다. 그가 목격한 팔레스타인은 점령자의 폭력과 파괴가 만연한 비극의 땅이었다. 원 작가는 책에서 그런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정을 나눌 줄 아는 사람들을 봤다고 밝혔다.

원 작가는 책 뒤편에 팔레스타인에서 만난 한 여인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었다. 그는 이렇게 썼다. "마리암, 이 만화로 당신과 약속을 작게나마 지킨 것 같아요. 다음에 만날 때는 필리스트가 돌아오고 당신 나라가 평화의 땅이 되어 있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만만한책방 펴냄. 231쪽. 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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