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열·이소영 8번째 동행전
장승서 박탈까지 수십 종 전시
23일까지 창원 상상갤러리에서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상상갤러리에서 '탈 만드는 사람'으로 유명한 이도열 한국장승학교 교장과 그의 딸 이소영의 여덟 번째 부녀동행전 '혼재-MASK(마스크), 탈의 본질을 찾아서' 전시가 열리고 있다. 18일 여는 식을 했고 23일까지 전시된다.

전시 첫날, 여는 식을 보지 못했지만 전시장 근처에서 만난 안옥희 상상갤러리 관장이 성황리에 마쳤다고 전했다. 갤러리에 도착하니 열 명 남짓 관람객이 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10년 전쯤 고성 탈박물관에 들렀을 때 본 글귀가 생각난다. '탈이란 눈 뜬 사람(산 사람)과 눈 감은 사람(죽은 사람) 사이 세상을 왔다 갔다 하면서 탈이 난 것을 막아주는 것'. 그러고 보면 '탈'이라는 글자 모양이 영락없이 그 상황을 묘사하는 듯하다. 눈 뜬 'ㅌ', 눈 감은 '-', 그 사이 'ㅣ'와 아래에서 왔다 갔다 하는 'ㄹ'.

▲ 이도열 부녀동행전 '혼재-MASK, 탈의 본질을 찾아서'. 2층 전시실에 걸린 이소영 작가의 박탈들에서 율동이 느껴진다. /정현수 기자
▲ 이도열 부녀동행전 '혼재-MASK, 탈의 본질을 찾아서'. 2층 전시실에 걸린 이소영 작가의 박탈들에서 율동이 느껴진다. /정현수 기자

탈, 혹은 가면이라고 해서 얼굴에 덧쓰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대개 탈은 얼굴에 쓰는 것을 의미하지만, 발탈도 있고 장승이나 잡귀를 물리치고자 만든 신앙탈도 있으니 탈 범주를 넓게 인식해야 이번 전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다.

갤러리에 비치된 <갈촌탈박물관>이라는 책자 첫 장 '탈의 기원과 의미'를 먼저 읽고 작품을 감상하면 도움이 된다. "탈의 기원은 원시시대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원시시대는 모든 만물에 영혼이 있다고 믿었는데, 악령을 이겨 물리치고 선령(善靈)을 위로하기 위해 주술의 힘을 빌었다. 탈도 그 주술의 하나였다고 한다. 이후 탈에 무용이 첨가된 것은 주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갤러리에서 처음 맞닥뜨린 작품은 '희로애락 탈'이다. 눈은 쑥 들어갔고 입은 벌어져 있다. 울퉁불퉁한 탈에 각양각색 얼굴이 혼재돼 있다. 웃는, 우는, 화내는, 놀란, 토라진, 무심한 얼굴들…. 작가는 "고향에 1200년 된 팽나무가 있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의 온갖 희로애락을 다 지켜보며 어떤 느낌이었을까 상상하며 만든 작품이다"라고 설명했다.

'생명의 원천'이라는 작품은 애니메이션에서 본 듯한 느낌이 든다. 뭉툭한 코에 쏙 들어간 입, 초점 없는 눈과 골이 져서 파인 머리. "코의 변화는 자연 순리를 말하며 양을 의미한다. 입은 음을 상징하는데, 전체적으로는 만물의 음과 양이 자연 순리대로 조화를 이루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 이도열 작 '희로애락 탈'
▲ 이도열 작 '희로애락 탈'

전시 작품 중에는 그림도 있다. 주술행위를 묘사한 듯 하다. 태양과 달이 동시에 떠 있고 가운데에는 탈이 있다. 탈에는 네 마리 물고기가 있는데 산과 강 등 자연을 나타낸 것 같다. 아래쪽에는 세 사람이 춤을 추는 형상이다. 암각화에서나 볼 법한 그림이다.

황금복도깨비 탈 옆쪽엔 고성오광대 탈이 나란히 걸렸다. 이런 탈을 '예능탈'이라고 부른다. 가운데 말뚝이탈을 중심으로 큰어미탈, 선녀탈, 비비탈, 문둥이탈, 스님탈, 동방청제탈….

2층 전시실에는 박으로 만든 다양한 탈이 전시돼 있다. 다양한 색상에 다양한 표정 수많은 박탈이 리듬을 타듯 전시실 벽에 선율을 그리고 있다. 이소영 작가의 작품들이다.

이도열 교장은 자신의 탈 인생을 이렇게 적었다. "내 마음의 탈, 내 몸의 탈 '탈탈' 털어오면서 살아온 탈 인생 43년, 나는 이 땅에 와서 '액'과 '탈'을 통해 불굴의 의지로 이 땅에 살아남는 생존의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나는 '탈'을 '해탈'로 가는 큰 사다리로 삼았고 그렇게 중의적인 탈의 의미를 통해 '탈'의 본질적 가치를 깨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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