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책임지려면 지주사 회장직 내놔야
정부도 반드시 경영권자 일벌백계하라

HDC그룹 회장이면서 자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을 겸하고 있는 정몽규 씨가 17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광주에서 벌어진 아파트 붕괴 사고에 대해 사과하고 대책을 밝히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그는 사고 피해자 가족과 국민에게 사과하고, 실종자 구조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분양계약 해지와 완전 철거·재시공까지 고려하겠다고도 밝혔다. 다만 '구조안전점검 결과 문제가 있다고 나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리고 그는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는 "대주주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을 뿐, 현대산업개발을 지배하는 지주사인 HDC그룹 회장직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거취를 밝히지 않았다. 이는 HDC그룹 회장직은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렇게 되면 표면적으로는 정 회장이 연이은 붕괴 사고에 책임을 지고 현대산업개발 경영에서 손을 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게 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그 반대로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즉, 현대산업개발 회장으로서 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형식을 취했지만, 실제로는 지주사 회장직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현대산업개발 지배 권한은 변함이 없고, 앞으로 현대산업개발의 경영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이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남으로써 그가 손해보는 것은 등기임원도 아니면서 수십억 원씩 받던 연봉뿐이다. 그는 그 손해 대신 앞으로 일어나는 중대재해에 대해서는 사실상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어떻게 보면,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현대산업개발 경영에서 손을 떼고 싶던 차에 붕괴사고에 책임을 진다는 명분으로 발을 뺀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남는다.

정 회장이 연이은 대규모 붕괴사고와 인명 피해에 정말로 제대로 책임을 지려 한다면 이번 사고 수습이 끝나면 곧바로 HDC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 말 그대로 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면 말이다.

그리고 정부도 이번에는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경제대국이자, 선진국이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국가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건설공사 현장에서 인명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그동안 실제 책임을 져야 할 책임자(사람·기업)에게 제대로 책임을 묻지 않은 정부 탓이 적지 않다. 즉 실제적인 사업장 지배자는 원청업체이고 하청업체는 아무런 권한이 없는데도 원청업체에는 책임을 묻지 않고 하청업체만 처벌하거나, 경영권자를 처벌해야 함에도 별 권한이 없는 현장 책임자만 처벌하는 식으로 해왔기 때문에 이런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사고에 대해 업체 등록말소 등 강력한 조치를 함으로써 일벌백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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