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참여를 넘어 아이와 부모 모두가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곳이 경남학부모지원센터다. 학부모라면 센터를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활용도는 천차만별이다. 선뜻 참여하기 어려운 건 지금은 학부모지원센터의 열혈 팬이 된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을 움직인 건 부모라는 사명감, 아이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간절함이었다.

아직 경남학부모지원센터가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한 학부모들을 위해 기존 학부모들이 경험담을 꺼내놨다. 이들은 한 번도 참여하지 않는 학부모는 있어도 한 번만 참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줄기 빛 = 창원에 사는 김정은(43) 씨는 후천적 청각언어장애인이다. 같은 장애를 가진 남편과 결혼 후 뜻밖에 어려움에 부딪혔다. 비장애인으로 태어난 아들 걱정에서다. 다른 아이들보다 언어발달이 늦었던 아들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자 교육을 받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6월 창원농아인협회 커뮤니티에서 2021 경남학부모 아카데미 안내를 보고는 참여하게 됐다. 경남학부모지원센터는 지난해 5월부터 청각장애가 있는 학부모를 위해 수어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청각장애부모 자녀교육 막막
수어통역 도움 '소통 벽' 허물어

김 씨는 명강사 강연을 들으며 부모로서 많은 반성도 하고,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갈 아들에게 좋은 학부모가 되겠다 다짐했다고 전했다.

"특히 청각언어장애인 학부모에게 추천해주고 싶어요. 온라인 교육 환경이 좋아져 시공간 제약이 사라졌지만 청각언어장애인 학부모에게는 여전히 선택의 폭이 좁습니다. 경제적 빈곤만 대물림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교육적 빈곤이 대물림되지 않을까 그것이 항상 염려되는 부분입니다. 아이는 부모를 통해 배운다는데 우리가 좋은 강연을 듣고 자신을 반추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자녀에게 더 바람직한 본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 2020년 6월 27일부터 2주간 진주거점학부모지원센터(진주, 하동)와 진주행복교육지원센터가 학부모 3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학부모 수다방 모습.<br /><br /> /진주교육지원청
▲ 2020년 6월 27일부터 2주간 진주거점학부모지원센터(진주, 하동)와 진주행복교육지원센터가 학부모 3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학부모 수다방 모습.
/진주교육지원청

◇나를 만나다 = 세 아이의 아빠이자 남편인 정영수(46·김해) 씨는 부부상담에 참여하며 학부모지원센터와 연을 맺었다.

여느 남편들처럼 아내 손에 이끌려 상담을 받으러 갔다. 강의실에 앉은 다른 남자들 표정도 모두 같았다. 나는 누구며 여긴 어디인가.

 

부부상담으로 가정생활 변화
자신 돌아보며 성찰 다짐

정 씨는 쭈뼛쭈뼛 한 번, 어색하게 두 번, 조금은 익숙하게 세 번, 네 번…. 상담을 이어가다 보니 충격을 받았다.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일이 처음이었다.

"살면서 이런 교육은 처음 접했는데 각자가 마음속에 품은 응어리들을 옆에서 보듬어주고, 쓰다듬어주고 하다 보니 그것들이 풀어지는 느낌이었어요. 나중에는 거기 있던 남성 12명 중 저를 포함해 11명이 울더라고요."

자신은 바르게 생활하고 있다 생각하며 다른 가족들에게 했던 말들 '넌 왜 그래', '똑바로 좀 해' 등 자신도 모르게 주었던 상처들을 마주하기도 했다. 부모한테 받은 것. 자식에게는 절대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것들이다. 예전보다 많이 바뀌었지만 다시 돌아올 때도 있다.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 지금도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정 씨 노력은 다른 가족들에게 큰 기쁨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학부모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점검받는 마음으로 부부상담이나 학부모교육에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제삼자 눈으로 보면 내가 보지 않은 부분들을 보게 되거든요."

▲ 2020년 6월 27일부터 2주간 진주거점학부모지원센터(진주, 하동)와 진주행복교육지원센터가 학부모 3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학부모 수다방 모습.<br /><br /> /진주교육지원청
▲ 2020년 6월 27일부터 2주간 진주거점학부모지원센터(진주, 하동)와 진주행복교육지원센터가 학부모 3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학부모 수다방 모습.
/진주교육지원청

◇행복 찾는 시간 = 홍정아(51·창원) 씨는 10년 가까이 경남학부모지원센터와 함께한 센터의 산증인이다.

홍 씨는 첫째를 낳기 한 달 전까지 직장에 다니다 출산 때문에 일을 그만뒀다. 천사 같은 아이를 돌본다는 기쁨보다는 갇혀 있다는 답답함이 더 컸다.

그러다 아이들이 초등학생, 유치원생일 때 안내문을 통해 센터와 첫 만남을 가졌다. 호기심에 한 번 참여해보니 교육의 필요성이 더 절실하게 다가왔다. 아이를 키우며 흔히 알고 있지만 간과하는 포인트를 짚어주는 강의는 큰 도움이 됐다.

특히 부부교육으로 가정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준 변곡점이 됐다. 자신이 남편과 아이들에게 하는 날카로운 말들. 의도는 그게 아니었지만 처지를 바꿔 들어보는 경험은 스스로 바꿔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홍 씨는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모두가 센터 도움을 받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막내가 20살이 됐는데 초등학교 1, 2학년 때와 행동 패턴이 비슷해요. 힘들 때 극복하는 방법조차 어릴 때 형성이 된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어요. 아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교육받는 게 좋아요. 그때는 힘들어서 순간순간 행복을 놓치기 쉬운데, 모두 바쁘고 어렵겠지만 센터가 준비한 좋은 교육에 참여해 행복하게 육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든든한 육아 동지 = 박혁란(42) 씨는 4남매를 키우다 보니 유치원생부터 중학생까지 다양하다.

박 씨는 6년 전 학부모 정보를 알아볼 곳이 없어서 난감해하던 중 학부모 네트워크를 알게 돼 가입했다. 당시 하동에는 학부모지원센터가 없어 진주 지원을 받았다.

첫발을 떼는 건 무척 어려웠다. 학부모 네트워크는 한 학교가 아닌 지역 학부모가 모이는 자리라서 어색했지만 자녀라는 공통분모에 금세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 지난해 5월 27일부터 9월 2일까지 진주거점학부모지원센터가 진행한 학부모 연극 아카데미 모습.<br /><br /> /진주교육지원청<br /><br />
▲ 지난해 5월 27일부터 9월 2일까지 진주거점학부모지원센터가 진행한 학부모 연극 아카데미 모습. /진주교육지원청

학부모들과 놀이과정 연수를 이수해 놀이마당을 열기도 했다. 학부모들이 하동공설운동장을 빌려 아이들과 함께 진행한 행사는 아직도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다.

코로나로 활동에 제약이 생겼지만 박 씨에게는 기회가 됐다. 창원에서 열리는 좋은 강연들을 집에서 온라인 강의로 들을 수 있게 돼서다.

그는 첫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나 다자녀 부모에게 추천했다.

"첫 아이를 가진 분들은 학교 보내기 전 궁금한 게 많을 거예요. 학부모 네트워크나 학부모지원센터가 진행하는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다른 학부모들과 만날 수 있고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다자녀 부모들도 참여하면 첫째 엄마한테 전해줄 수 있는 것도 많고, 다자녀 부모끼리 공유할 수 있는 정보도 많아요."

 

첫 아이 둔 학부모 참여 권유
정보 공유·네트워크 활발

◇학부모가 교육 주체로 = 산청 학부모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김한범(46) 씨는 2017년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네트워크를 소개받았다.

김 씨는 큰 기대 없이 네트워크에 참여했으나 네트워크를 꾸리는 방식, 소통 기술이 참신했고 일반적 학부모 연수와 달리 참가자끼리 의견을 나누며 합리적으로 논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학부모가 교육 대상이 아닌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 개념으로 느껴지는 점이 좋았다.

네트워크가 자율적이고 민주적으로 모은 의견들은 실제 성과로도 나타났다. 2017년께 박종훈 교육감 사랑방 행사 때 학부모들이 북부와 남부에 지원이 불균형하다며 남부에 도서관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후 부지 선정, 설계공모 등을 거쳐 지난해 실제 남부에 도서관이 들어서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지역의 각계각층 여러 활동과 이슈를 공유하며 튼튼하게 가지를 뻗어나가고 있다. 김 씨는 학부모 네트워크, 학부모지원센터 활동으로 학부모 역시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아이들이 잘 자라려면 단순히 우리 아이만, 학교만 바라볼 게 아니라 우리 지역, 다른 부모와 시선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많은 분이 적극적으로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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