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그래픽으로 '해양성'설명
유물 570점으로 당대 삶도 비춰
배모양 토기 15점 "꼭 보셨으면"

김민철 국립김해박물관 학예연구사가 처음 설명을 시작한 전시품은 '항해 정보 안내도'였다. 바다 지형이 그려진 작은 패널 10개가 검은 벽면에 채워져 있다.

"가야문화는 해양성에 기대는 측면이 커요. 그간 정치사적인 얘기만 많았지 해양성 관련 얘기가 많이 나오지 않았거든요. 전근대 시대 바다를 이해하려면 육지와 바다 여러 특성을 알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인포그래픽으로 준비해봤어요."

3층 전시장 진입부에 걸린 이 전시품 앞에서 김 학예사는 차분한 어조로 해류만큼이나 중요한 게 조류와 조간대 지역 (간조 때 노출되고 만조 때 잠기는 연안의 일부 지역)라고 설명했다. 그러고는 김해 전 권역 과거 지형을 3D 영상으로 볼 수 있는 전시 공간에 갔다. 2분짜리 3D 영상이 무한 반복되는 곳이다. 물이 들어차고 빠지던 시절 옛 김해 지형이 시시각각 나타난다.

▲ 특별전 전시관 전경 /국립김해박물관
▲ 특별전 전시관 전경 /국립김해박물관
▲ 김민철 학예연구사 /최석환 기자
▲ 김민철 학예연구사 /최석환 기자

김 학예사는 이곳에서 과거 조간대였던 김해평야 이야기를 풀었다.

"2000년 전 김해평야 일대는 조간대 바다였어요. 과거에는 터를 틀고 인간 활동을 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봉화대 유적 등 삼한시대, 삼국시대 중요 유적들이 산기슭에 모여있는 거예요. 이런 분포 자체가 이 일대 자연경관이 바다였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는 건데, 김해 시민조차 이 사실을 잘 모르시더라고요. 김해 일대 발굴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성과들은 논문이나 책 등 2D로 소개돼 있지만, 시민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인천공항 쪽 영종도처럼 김해평야 일대가 밀물 때는 물이 차고 물이 빠지면 갯벌이 드러났다는 사실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자 3D로 만들게 된 거죠."

김 학예사가 준비한 국립김해박물관 특별전 '가야인 바다에 살다'전은 바다와 함께 살아간 가야인 해양문화를 조명하는 기획이다. 옛 자연환경과 바다와 흥망성쇠를 함께한 가야인 발자취를 조명한다. 김해만 과거 자연경관 복원조사 관련 연구성과와 더불어 남해안 일대에 축적된 고고학 조사와 연구성과, 가야문화 특성을 차례로 보여준다.

유물들은 옛 가야인 삶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전시장에 나온 문화유산은 가야 유물 570여 점. 창원시 현동 출토 '배모양 토기'를 비롯해 김해 양동리 출토 '청동세발솥', 해양생물 토우가 붙은 뚜껑, 나무로 만든 길이 386㎝·두께 2~3㎝짜리 가야 시대 배 부속(김해 봉황동에서 발견된 현판), 물고기잡이 도구, 가야 사람들이 먹고 남긴 생선 뼈와 굽다리접시, 당시 가야인이 채집한 멸종 바다생물 강치 이빨, 각종 철제품을 만드는 소재이자 당시 화폐로 사용됐던 덩이쇠 등이 구석구석 자리한다. 바다를 터전 삼아 살아간 가야 시대 배경이 유물 곳곳에 녹아있다.

▲ 가야시대 물고기 채집 도구 /국립김해박물관
▲ 가야시대 물고기 채집 도구 /국립김해박물관
▲ 전시된 배모양 토기 중 1점. /국립김해박물관
▲ 전시된 배모양 토기 중 1점. /국립김해박물관

김 학예사는 이번 전시에서 꼭 봐야 할 것으로 '배모양 토기'를 꼽았다. "가야 배를 보고 만든 배모양 토기를 저희가 전국적으로 수배했어요. 삼국시대 배모양 토기는 전국에 30점 정도 되는데 여기서 소개되는 유물이 15점 정도예요. 그중에서 창원 현동에서 나온 배모양 토기는 조형미가 좋아요. 아마 제 생각에는 언젠가 지정문화재가 될 겁니다. 한자리에서 이렇게 많은 배모양 토기를 볼 기회가 거의 없는 만큼 다른 건 몰라도 배모양 토기는 꼭 보고 갔으면 좋겠단 바람이 있습니다."

이 전시는 지난해 11월 30일부터 관람객과 만나고 있다. 김 학예사는 전시를 연 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다시 강화돼 많은 사람이 전시를 볼 수 없는 점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시로 김해 지역이 조간대였고 갯벌이었고 여기서 가야인들이 바다를 끼고 살았다는 것을 관심 있게 보고 간다면 소기의 목적을 이루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3월 6월까지. 문의 055-320-6834.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