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많은 분이 올해 이루고 싶은 계획 하나쯤은 세웠을 것이다. 하지만, 보름이 지난 지금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실제 잡코리아 설문조사에 따르면 2021년 직장인 10명 중 9명은 새해 계획을 세웠지만 계획대로 실천한 경우는 3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렇게 계획을 세우고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걸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행동재무학에서는 '현상유지편향(Status quo Bias)' 때문이라고 본다. 현상유지편향은 현재의 행동에 특별한 이득이 주어지지 않는 이상 쉽게 바꾸지 않으려는 경향을 말한다.

특히 은퇴 준비는 이런 현상유지편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분야인데, 일찍 은퇴 준비를 한다 해도 혜택은 먼 미래에 발생하다 보니 그 필요성을 알면서도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다.

최근 보험연구원에서 한 은퇴 준비 설문조사에서도 이런 현상유지편향이 잘 나타난다.

전국 25~52세 성인남녀 8000명을 대상으로 '은퇴 이후 삶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물어본 결과 '있다'고 응답한 이는 10명 중 8명이었지만, 노후 준비는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답한 이가 56.7%나 되었다.

그렇다면, 현상유지편향을 극복하고 은퇴 준비 실행력을 높이는 방법은 없을까? 2012년 영국 정부도 이런 고민 끝에 퇴직연금 자동가입제도를 도입했다. 제도 도입 전까지 퇴직연금 가입은 자율이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서 퇴직연금 대상자는 모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했으며, 탈퇴는 본인이 희망할 경우에만 할 수 있도록 강제성을 둔 것이다. 그 결과 청년층의 퇴직연금 가입률이 2012년 24%에서 2018년 84%까지 증가했다.

결국, 은퇴 준비에서 나타나는 현상유지편향을 극복하려면 어느 정도 강제성을 띠는 것이 필요한데,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퇴직연금에 강제성을 띤 두 가지 제도가 도입될 예정이다. 하나는 '퇴직금 개인형퇴직연금(IRP) 의무이전제도'이고 다른 하나는 '퇴직연금 사전지정 운영제도'다.

퇴직금 IRP 의무이전은 퇴직금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회사 근로자가 55세가 되기 전에 퇴직하는 경우에만 적용되는데, 시행일은 오는 4월 14일부터다. 다만, 제도 시행 전까지는 기존처럼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수령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제도가 시행된다 하더라도 55세 이후에 퇴직하는 경우, 퇴직금 담보대출 받은 금액을 상환하는 경우, 퇴직금이 300만 원이 넘지 않는 경우에는 IRP 의무이전 대상에서 제외해 준다.

퇴직연금 사전지정 운용제도는 일명 '디폴트옵션'이라고 하는데, 퇴직연금 확정기여(DC)형과 IRP 가입자에게만 적용되는 제도다.

시행일은 6월 이후로, 이 제도가 도입되면 가입자가 따로 상품 선택을 하지 않아도 금융회사와 근로자가 미리 정해 놓은 상품에 적립금이 자동 가입되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DC형 가입자 김 씨가 퇴직급여 적립금 5000만 원을 예금에 가입했다가 만기 후 재가입을 하지 않으면 수익률은 낮아질 것이다. 이때 김 씨가 퇴직연금 사전지정 운용제도에 가입되어 있다면 별도의 상품 지시를 하지 않아도 만기 금액은 사전에 지정한 상품으로 자동으로 재가입되는 것이다.

올해 도입되는 두 제도 모두 어느 정도 강제성을 띠고 있다. 이런 강제성이 현상유지편향으로 은퇴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앞으로 더 많은 제도 도입을 기대해 본다.

※지역민의 '단디 100세'를 위한 퇴직·노후 재무설계 상담은 BNK경남은행 '은퇴금융 전담창구'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