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집 세 권에서 선별해 엮어

경남시조시인협회 박성임 시인이 이미 출간된 시조집 1~3권에서 작품을 선별해 시조선집 <너에게 줄 수 있는 것>(사진)을 펴냈다.

먼 길을 걸을 때 목적지에 닿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걷다 보면 되돌아보기 마련이다. 인생도 그러할 것이다. 1991년 <시조문학> 천료로 시조의 길을 걸으며 3권의 시조집을 내는 동안 앞만 보고 걷다가 잠깐 서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12월의 끝과 시작을 함께 물고 있는 저 불빛, 이미 오래전에 경작되어온 나의 시작(時作)들을 세상에 다시 내놓는다. 덜 숙성되고 미완성인 나의 시에게 정말 미안하고 또 미안한 마음이다."

그가 쓴 3권 시조집은 <바다가 있는 풍경> <구절초 닮은 그대> <그대 있는 그곳>이다. 어떤 작품을 되뇌고 싶었을까.

"밤 지고 낮이 오는/ 거리의 얼굴 위로// 낮 지고 밤이 오는/ 병실의 시계 위로// 저 홀로/ 외로움을 쌓고 있는/ 이름 석 자 불러 본다// 창밖엔 나비처럼/ 여인들이 나풀거리고// 불타는 시간 위로/ 어느새 봄은 와서// 젊은 날/ 황홀한 꿈들을/ 일으켜 놓는구나// 부르튼 신발 뒤축/ 숨가쁜 삶을 외면하고// 나누어 가질 수 없는/ 나의 노래 나의 눈물// 오늘도 지친 그림자/ 깊숙이 안아 본다"('병상일기·4-기도' 전문)

첫 시집에서 가려 뽑은 병상일기 3편 외에도 '미망(未忘)' '창(窓)' '커피' 등 그리움이 가득한 시조가 많다.

2집에는 삶의 애잔함과 쓸쓸함이 가득 흐르고 있다. "이름 모를 외로움이/ 밀물 되어 실려오는// 때로는 눈멀고 싶은/ 파도의 슬픔이여// 이브의/ 아름다움이었어라/ 쓰러지는 몸짓까지도"('너를 나에게로' 1~3연)

박 시인은 경남문학 우수작품집상 등을 수상했고, 한국시조시인협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도서출판경남. 175쪽.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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