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집 〈지옥도〉 대본 등 확인
박성출 씨 창원 정법사에 기증
1958년 청년회 포교 목적 제작
"연극 생소한 시대 높이 평가"

절에 다니던 청년들이 포교 활동을 목적으로 제작한 1950년대 연극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64년 전 창원시 마산합포구 추산동에 있는 사찰 정법사에서 청년회 소속으로 활동하던 20대 초반 청년들이 만든 희곡 자료집이 발견됐다.

통도사 마산포교당 정법사는 14일 "정법사라는 이름이 붙기 전인 1958년 포교당 청년회 학생들이 주축이 돼 <지옥도>라는 이름으로 연극을 만든 적이 있었다"며 "마산시민극장 등지에서 공연했다는 기록이 자료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 자료는 1988년부터 10여 년간 마산불교청년회에서 활동했던 박성출(64) 씨가 과거 청년회에서 활동했던 분에게서 6~7년 전에 받아서 보관하다가, 주지 도문 스님이 이를 알게 돼 정법사로 전달됐다.

▲ 마산불교청년회가 제작한 연극 <지옥도> 출연진의 모습 /통도사 마산포교당 정법사
▲ 마산불교청년회가 제작한 연극 <지옥도> 출연진의 모습 /통도사 마산포교당 정법사

연극 <지옥도>는 권선징악을 그린 작품이다. 아들 나복이 인도로 장사를 하러 가기 전 오백승재를 지내라며 엄마 송화에게 2000냥을 건네지만, 송화는 약속을 어기고 아들이 준 돈으로 매일 6종 집짐승을 잡아 술과 풍악으로 향락하며 지내다가 결국 지옥에 가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연극은 마산불교청년회가 제작하고 마산문화협의회, 마산일보사, 용문극회 등이 후원했다.

정법사에 남아있는 <지옥도>희곡집과 공연 소식을 담은 리플릿을 보면, <지옥도>는 고 박원호 씨가 연출했다. 1958년 1월 27~28일 이틀간 마산시민극장과 1월 29일 제일극장에서 처음 공연됐다. 연극에는 10여 명이 출연했다. '연출가의 변'에서는 <지옥도>가 불교 포교 활동에 주안점을 둔 연극이라고 소개됐다.

▲ 마산불교청년회가 제작한 연극 <지옥도> 50쪽 분량 대본, 1950년대 제작된 공연 리플릿. /통도사 마산포교당 정법사
▲ 마산불교청년회가 제작한 연극 <지옥도> 50쪽 분량 대본, 1950년대 제작된 공연 리플릿. /통도사 마산포교당 정법사

고 박원호 씨는 당시 리플릿에서 '고달픈 환경임에도 금반의 발표회에 관심을 두시는 여러분에게 먼저 감사드린다. 순수연극과 목적연극이 병존할 수 없고, 병진해서도 안 되는 당위성을 시인하면서도 이번 발표되는 <지옥도>의 연출을 해오는 동안 당위성과 실재성이 상충하게 되는 고애를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꼈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금반 발표회가 불교 포교에 그 주안점을 두고 있는 관계상 응당 지향되어야 할 순수예술성이 어느 정도 망각되었다는 사실을 마음으로부터 부끄러이 여기는 바다'라고 덧붙였다.

자료를 보관해온 박성출 씨는 "연극이 생소하던 시절 도내 종교계에서 제작된 첫 연극"이라며 "당시 활동했던 분들은 엘리트들이었고 그 이후로도 왕성하게 연극 활동을 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포교 목적도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사회와 동떨어진 내용을 작품에 담아낼 순 없었을 거다"라며 "지옥도에 참여했던 분은 마산지역에 생존자가 거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도문 스님은 지금과 1950년대는 시대적 배경이 달랐다며 그 무렵 연극을 만들어서 공연했다는 자체가 굉장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도문 스님은 "<지옥도> 공연을 1시간 남겨둔 상황에서 아예 공연을 못 할 뻔했다가 겨우 허가가 나서 무대에 올랐다고 들었다"면서 "이 밖에 부산·양산·진주 등지에서도 학생들이 주축이 돼 연극 공연을 하기도 했었는데 그때 연극을 제작해서 공연했다는 것은 높게 평가할 수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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