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재정비 수립용역 시행
주민들, 수년간 지역 해제 요구
허성무 시장 "전향적으로 검토"
난개발·정주환경 악화 우려에
시 "계획 근간 훼손 않게 진행"

우리나라 최초 계획도시, 옛 창원시(의창·성산구) 도시 구조는 자랑거리다. 도심을 관통하는 큰 도로, 주거·상업·공업지역 분리, 계획 배치된 완충녹지 등은 '한국을 대표하는 도시 인프라'로 꼽힌다. 창원시는 2002년 '지구단위계획'을 만들어 계획도시 근간을 지켜왔다. 20년이 지나면서 지구단위계획은 갈등 요소가 되고 있다. 1종 전용주거지역 단독주택에 사는 주민은 '규제를 풀어달라'며 아우성이다.

창원시는 신중하게 재정비를 검토하고 있다. 단독주택지역이 오래돼 정비를 해야 하지만 규제 완화가 도시계획 전체를 흐트러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단위계획 정비 추진 = 창원시 의창·성산구에는 13개 단독주택지구가 있다. 건물 1만 5653채(2020년 3월 기준)에 4만 4038가구, 9만 2568명이 살고 있다.

지구단위계획은 단독·상업·공단지구별 용적률, 고도제한, 근린생활시설 허용 등을 담고 있다. 창원시는 도심 이용 합리화와 계획적 관리를 위해 2002년 지구단위계획을 만들었다. 이후 2009년 1차, 2017년 정비 과정을 거쳤다. 2017년 정비 내용은 △차룡·외동지구 다세대주택 허용, 4층(14m) 이하 필로티 구조 의무, 3필지 760㎡ 이하 공동개발 가능 △차룡·외동지구 단독주택 1층 전체 필로티구조 건축 때 3층(11m) 이하까지 허용 △20∼25m 도로변, 준주거지역·상업지역 인접지 등 기존 1종 근린생활시설 허용지역에 한해 2종 근린생활시설(사진관·독서실·기원·학원·부동산중개사무소) 일부 허용 △대학촌 2종 근린생활시설 일부·일반음식점 허용 △국제사격장 특화거리 일용품점·휴게음식점 허용 등이다.

▲ 창원시가 배후도시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수립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단독 주택가. /김구연 기자 sajin@
▲ 창원시가 배후도시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수립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단독 주택가. /김구연 기자 sajin@

주민들은 효과가 미미하다고 지적한다. 성산구 중앙동 한 주민은 "동네 전체가 낙후된 상황에서 2층짜리 주택을 필로티 구조로 바꿔 3층으로 올려 봤자 들어오는 사람은 없다"며 "동네를 일괄해 바꿀 방안이 필요하다. 1종 전용주거지역 해제가 답"이라고 주장했다.

의창구 봉림동 한 주민은 "창원시는 도시 근간을 유지한다고 하나 통합시 출범 이후 계획도시 의미는 없어졌다"며 "마산·진해지역과 같은 건축을 허용하고 재정비 때 주민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개발법 등에 근거해 단독주택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할 수는 있다. 조합을 만들어 재개발이 진행 중인 창원시 성산구 대원동 일대가 예다.

하지만 주민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말한다. 동의 받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10년 가까운 긴 시간이 필요해서다. 교통영향평가 등 통과도 장담할 수 없다.

의창구 명서동 한 주민은 "단독주택지 주민 연령은 높은 편"이라며 "비용, 시간, 평가 통과 여부 등을 고려했을 때 동네가 합심해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기에는 제약이 많다"고 말했다.

◇신중하게 검토하는 창원시 = 허성무 창원시장은 올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단독주택 불편 해소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건축물 용도·건폐율·용적률 등이 일률적으로 적용돼 정주환경이 퇴보한 단독주택지 불합리함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허 시장은 "그동안 도시 외곽을 발전시켜왔다면 이제는 안을 개발하는 고민을 해야 한다"며 "계획도시 근간을 흔들지 않는 범위에서 전향적인 자세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창원시는 창원 배후도시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수립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은 기초 조사 단계로, 시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지구단위계획 정비가 있을 때면 지역사회는 크게 술렁였다. 한쪽에서는 더 많은 완화를 요구했지만 우려도 교차했다. 계획도시 근간이 무너지고, 규제를 대규모로 풀면 난개발이 이뤄진다는 지적이었다. 도시기반시설(도로·주차·공원·상하수도 등) 용량 초과로 도시관리가 어려워지고 이 때문에 정주환경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2017년 정비 때 국제사격장 특화거리 조성을 이유로 일부 지구만 규제를 완화하자 원성이 나왔다. 특히 올해 지방선거 과정에서 후보들이 선심성·무책임한 공약을 남발할 우려도 있다.

지역 갈등과 주민 박탈감을 최소화하면서 합리적인 방안을 찾는 게 창원시 당면 과제가 됐다. 재정비 수립 용역 결과는 2023년 5월 상반기에 나올 예정이다. 창원시 환경도시국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3차) 지구단위계획 재정비는 계획도시 근간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정확한 기준을 정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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