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한국조선해양 인수 불허
도내 기자재업체 등 환영 뜻
"물량·가격 협상력 축소 면해"
직·간접 고용 불안 해소 훈풍

유럽연합(EU)이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제동을 걸었다. 이로써 한국산업은행(KDB)이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부를 한국조선해양(당시 현대중공업)에 매각하려는 시도는 3년 만에 무산됐다.

경남 도내 조선업계 등은 두 기업 간 기업결합 무산으로 일감 축소와 고용불안을 피할 수 있게 돼 일단 한시름 놓게 됐다는 분위기다.

◇대우조선해양 협력사 등 '불안 유예' = 유럽연합 집행위는 지난 13일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시장 독점을 이유로 두 기업의 기업결합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14일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 신고를 철회했다. 앞서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7월 대우조선해양의 최대 주주인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대우조선해양 주식 55.7%(약 2조 원)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이번 기업결합은 세계 조선업체 1위가 4위를 인수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조선 산업 전반에 미치는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공정위는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컨테이너선 등 상선 9개, 해양플랜트 2개, 함정 2개, 선박 엔진 2개 등 총 16개 관련 시장을 획정해 경쟁제한성을 검토했었다. 이후 공정위는 수평결합 관련 LNG 운반선 시장, 수직결합 관련 추진엔진 시장 및 엔진·부품 협력업체 관련 구매시장 등의 경쟁제한성을 분석한 심사보고서를 지난해 12월 29일 전원회의에 상정하고 기업 측에 발송했다.

▲ 유럽연합(EU)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 독점을 이유로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기업 결합을 지난 13일 불허했다. 14일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 주변에 합병 무산 환영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 유럽연합(EU)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 독점을 이유로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기업 결합을 지난 13일 불허했다. 14일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 주변에 합병 무산 환영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무산으로 도내 협력사 등은 물량 축소와 가격 협상력 감소를 피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했다. 또 대우조선해양 직·간접 고용 및 협력사 고용이 불안해지는 상황도 일정 부분 해소됐다는 분위기다. 대우조선해양 협력사는 전국에 1200여 개가 있으며, 경남에는 440여 개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나영우 경남조선해양기자재조합 이사장은 "경남으로 봐서는 기업결합 무산이 아주 잘된 일"이라며 "현대중공업그룹은 추진 엔진을 계열사인 힘센엔진에서 공급하고 있는 만큼, 대우조선해양에 엔진을 공급하는 HSD엔진 등 기존 협력업체의 어려움이 예상됐다. 기자재도 현대중공업 계열사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경남으로 물량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는데, 이번 인수 무산으로 한시름 놓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공정위도 기업결합 후 대우조선해양의 추진엔진 구매처를 현대중공업그룹으로 전환하면 기존 공급업체의 국내 판매선이 봉쇄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두 기업이 결합하면 부품 협력업체들의 가격 협상력이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남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계기로 = 두 기업 간 기업결합 무산을 도내 조선업 경쟁력 강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김진근 경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조선산업은 대형-중형-소형조선소, 해양플랜트, 조선기자재, 해운산업이 하나의 꾸러미로 이어지는 바람직한 산업생태계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특히 조선산업을 왜곡하는 대형조선소로의 쏠림현상, 노동시장의 원청-사내하청-다양한 물량팀으로 구성된 노동시장 구조, 조선기자재·해운산업의 취약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다시 시간이 주어진 만큼 선종 개량, 구조 고도화, 거래선 다변화 등으로 대우조선해양의 경쟁력을 향상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며 "지난해 5월 발표한 '경상남도 조선산업 활력 대책' 등도 착실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 이사장도 "두 기업 간 기업결합 이야기가 나온 이후 대우조선해양 관련 기자재 협력사들은 현대중공업과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며 "이제 정부가 산업은행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이 제대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고, 관련 협력사들의 활로도 터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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