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제주도에서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세 자매가 발견됐다. 어머니는 세 자녀 모두 집에서 출산해 출생 신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아이들도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한 적이 없어 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행스럽게도 세 자매에게서 신체적 정서적 학대 정황은 찾을 수 없었지만 그간 국민으로 누려야 할 법적 보호 및 복지 혜택 등을 받지 못했다.

가족관계등록법 46조를 보면 아동 출생신고는 원칙적으로 부모가 한다. 만약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면 동거하는 친족, 의사 또는 조산사가 할 수 있다. 지자체장이나 검사도 출생신고를 대신할 수 있지만 2016년부터 2021년 10월까지 지자체장 직권으로 출생신고한 사례는 10건에 불과하다. 출생 미등록 사유는 전적으로 어른들 사연 때문인데, 문제는 아이들이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아이는 우리 사회에서 유령이 된다.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해 학대, 방임, 실종, 불법매매 등 다양한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유관기관에 의하면 출생신고 미등록 아동은 최소 8000명에서 최대 2만 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미등록 이주민의 자녀까지 포함했다고 하지만 실제 더 많을 수 있다. 독일·미국 등은 출산이 이뤄진 의료기관이 출생 사실을 국가에 통보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 병원에서 출산하는 경우가 99.5%를 차지하는 만큼 출생통보제가 출생신고제 결함을 보완할 대책으로 꼽힌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산부인과가 점점 사라지는 현실에서 이러한 행정적 부담까지 준다면 분만을 더 기피할 수도 있고, 개인정보를 다뤄야 하며 원치 않는 출생통보에 대한 항의까지 병원이 맡아야 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법무부도 지난해 6월 출생통보제 도입을 입법예고 했지만 이후 진척된 것은 없다.

아동 인권은 아동의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 7조는 아동은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대법원도 판결에서 이를 인정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사회에서 외면 받는 아이가 없도록 출생통보제를 즉각 도입해야 한다. 먼저 의료기관 행정업무 부담을 최대한 줄여줄 수 있도록 출생 등록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기관의 체계를 효율적으로 정비한 후 의료기관과 협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미등록 아동 실태 조사와 관리를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해 미등록 아동 발견부터 사회 복귀까지 체계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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