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정상 사회적 잣대 사이 방황
자기 속도 찾기 향한 지지·응원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처럼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닌 의미는 남다르다. 누구나 10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나이 앞자리가 반드시 한 번씩은 바뀐다. 나 역시 올해 1월 1일을 기점으로 30대가 되며 그 순간을 의미 있게 맞아야 할 것만 같은 생각에 함께 30살이 되는 친구 몇과 모였다. 10대, 20대, 30대, 40대…. 어느 처음이 의미가 없겠냐마는 20대를 정리하고 30대가 되는 순간은 마치 젊음의 절정기를 떠나보내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가장 열정적이고 패기로 가득해야 한다며 도전하라고 온 세상이 외치던 20대를 지나온 데다가 신체마저도 20대 중후반 노화가 시작된다고 하니 어떻게 센치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단순히 젊음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에서 오는 울적함보다는 사회에서 말하는 30대, 또는 내가 기대했던 30대의 나와 실재 나 사이에서 오는 괴리감과 불안이 더 깊게 파고든다. '어릴 때의 내가 상상한 30대 내 모습은 이게 아니었는데.' 친구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었다. 정신은 여전히 20대 초반과 다르지 않고 온전히 이룬 것 하나 없는 것 같은데 어느새 '어른'이라는 감투를 외면하기 어려워지면서 오는 자아 혼란과 불안이 더해진다. 30대가 되면 직장에서는 어느 정도 적응을 하고 연차를 쌓아올리는 데 열중하고, 조금이라도 돈을 모으며 미래를 준비하고, 결혼을 하거나 최소한 연애라도 하는 게 '보통'이고 '정상'이라고 여겨지는데 나는 그에 벗어나 있는 것 같다는 불안감은 쉽사리 떨치기 힘들다. 그러다보니 30대라는 새로운 시작에 설레기보다는 지난 시간 내가 하지 못한 것, 이루지 못한 것만 돌아보며 자책하고 반성하는 것이 더 익숙하다.

유튜브에는 성공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일단 떼놓고서라도 20대에 내 집 마련한 이야기, 직장생활 몇 년 만에 1억을 모은 이야기, 30대에 수십억 자산가가 된 사연 등 도저히 내가 이룰 수 없다고 여겨지는 것을 이룬 사람 이야기가 쏟아진다. 작은 스마트폰으로 그런 세상을 구경하고 있는 수많은 99%의 '나'와 같은 사람은 더 위축되고 조바심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 주위는 어떨까? 20대와 30대 경계 즈음에 있는 많은 사람 중 이 '보통'과 '정상' 궤도에 안정적으로 안착해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여전히 직장을 구하는 중이거나 직장을 다니다가도 진로에 대한 깊은 고민으로 퇴사하기도 하며, 원치 않지만 계약기간 종료 등 이유로 구직 시장을 전전하기도 한다. 최저임금을 조금 웃도는 월급으로 돈을 모으기가 도저히 어려워 유행처럼 번지는 주식시장을 기웃거려 보기도 하는 것이 대부분 '보통' 우리 모습이 아닐까?

우리는 하지 못한 것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누군가가 이룬 특별한 성취와 나의 평범함을 비교하며 스스로 자아에 상처 입히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세상의 스포트라이트가 내 것이 아닐 수도 있고, 사회가 요구하는 특별한 사람이 내가 아닐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더 먹으면서 그 사실을 점점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때론 더 자주 치밀어 오르는 불안감 속에서 나의 속도에 나의 삶을 맞춰가고, 나의 스포트라이트는 언제나 나를 향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점점 깨달아가는 것이 진정으로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된다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보통'이 되길 강요하는 세상 속에서 나와 같이 방황하는 누군가에게, 또는 자신의 속도를 찾아가는 누군가에게 지지와 응원을 보내는 것 역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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