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순호 의원 조례 제정안 발의
도, 법령 위반 소지 의견 밝혀
의회, 집행부 비공개 관행 비판
법제처 심의 후 통과 여부 결정

"이 조례가 법령 위반이 아니라는 데 제 의원직을 걸겠다. 법령 위반이라고 말한 기획조정실장은 실장직을 걸 자신 있나?"

경남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지난 12일 업무보고에서 '경남도 업무협약 체결 및 관리 조례 제정안'에 명시된 자료 요청 권한을 놓고 경남도 집행부와 정면 충돌했다. 1시간 30분가량 공방이 오갈 만큼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날 조영진 도 기획조정실장은 이 조례안과 관련해 "5조 3항은 법령 위반"이라고 밝혔다. 조례 대표발의자 송순호(더불어민주당·창원9) 의원은 "법령 위반이 절대 아니다"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송 의원은 "법제처에서 상위법 위반이 아니라는 답변이 오면 뭐라고 할 것인가. 상임위 위원들의 판단을 흐리고 있다. 법령 위반이 아니라는데 제 의원직을 걸겠다. 기조실장은 실장직을 걸 자신 있나"라고 따져물었다. 조 실장은 "위반 소지 우려가 있다고 표현하려고 했는데 위반이라고 한 부분은 송구하다. 집행부 나름대로의 판례 분석과 고문변호사 자문을 통해 말씀 드린 것"이라고 답하며 한발 물러섰다.

문제가 된 조례안 5조(업무협약 체결) 3항은 '도지사는 업무협약에 비밀유지조항을 둘 때 도의회의 자료 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적용을 예외로 하도록 명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도의 각종 업무협약 체결 시 행정의 책임성과 투명성, 실효성을 제고하자는 취지로 발의됐다.

무엇보다 도의원들이 민자도로 마창대교 투자 재무구조와 금융차입 문제 등 각종 사업 자료를 집행부에 요청하면 협약의 '비밀유지조항'을 이유로 들며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행정 관행을 타파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기도 하다.

도는 지방자치법 중 28조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에서 그 사무에 관해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 등의 조항을 제시하며 상위법 침해 가능성이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조 실장은 "최근 4년간 158건 협약 중 60여 건은 투자유치건이었고 별도 관리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의회 보고를 해야 해 관리 체계 강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비밀유지조항까지 제외한다는 것이다. 이는 업무협약 상대방인 투자기업의 영업상 비밀 제공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고, 비공개 의무를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 제51조의3(실시협약에 대한 정보공개)에도 사업시행자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해당하는 정보는 비공개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비밀 정보를 유출하면 형법상 비밀유지 위반은 물론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까지 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도의회는 지방자치법 49조 4항과 시행령 46조를 들며 의회는 정보공개법 청구권자의 범위에 들지 않고, 집행기관에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고유의 권한'이라고 반박했다. 자료제출 요구는 지방의회가 주민의 대표기관, 감시·통제기관의 지위에서 집행기관인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행사하는 '권한'이지, 일반 국민이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식의 '권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즉, 도의회 서류제출 요구에 집행기관이 정보공개법 제9조 1항에 근거해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서류 제출을 거부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송 의원은 "상위법에서 공개를 금지하는 자료를 달라는 것이 아니다. 그건 안 주면 된다. 그러나 법률적으로 공개해야 할 자료를 비밀유지조항을 이유로 들어 매번 못 준다는 것은 방패막이에 불과하다. 제대로 된 사업인지 어떻게 평가하고 조사하나. 지방의회도 집행부와 함께 지방자치단체의 구성원이고 당사자다. 당사자가 어떤 자료를 요구할 때 막을 수 있는 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다른 도의원들도 경남도가 자료 제출을 부실하게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김해 시외버스 운송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불투명한 심사 문제도 비공개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집행부의 자료 비공개 관행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도 차원의 업무지침 등을 마련하라는 대책 주문도 잇따랐다.

조 실장은 이와 관련해 "자료 공개 여부 판단 주체를 최소한 실국장 책임제로 하겠다. 실국장 판단이 부족하면 도 조정위원회에 상정해서 논의하고 정보공개 범위 판단을 제도화하겠다"고 답했다.

기획행정위는 이날 논란이 됐던 경남도 업무협약 체결 조례안의 법제처 심의를 거쳐 차후 통과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날 기획행정위는 인사권 독립 후 도의회와 도청 집행부가 첨예하게 대립한 첫 사례라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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