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겜'이 안겨준 자부심, 대선판이 박살
국가 재난 예고하는 공포극 멈추시라

아프리카 우간다 아이들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왼다. 미국 뉴욕 시민들이 눈 부릅뜨고 달고나 뽑기에 매달린다. 일흔여덟 살, 58년 경력의 배우 오영수가 골든글로브 연기상을 받았다. 세계도 한국도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아직 빠져있다.

그룹 BTS,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도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 콘텐츠다. 그보다 앞에는 한국 음식, 화장품이 여러 나라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후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에 대응한 방역대책이 호평을 받아 '코리아'를 더 널리 알렸다. 2020~2021년 코로나19 암흑기 속에서도 총생산 규모 세계 10위를 달성한 경제부국, 유엔무역개발회의 선진국 그룹에 입성한 나라도 대한민국이다.

세계 최고 권위의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한국어 단어 26개가 한꺼번에 추가된 것은 문화·경제 성과를 중심으로 한국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치맥(Chimaek), K드라마(K-drama), 대박(Daebak), 오빠(Oppa), 트로트(Trot), 애교(Aegyo) 같은 말이 이제 세계에서 통할 테니, 전 세계 사람들과 대한민국 국민은 '깐부'라는 말도 지나치게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성과에도 행복하다고 느끼는 국민은 여전히 적다. 국제 갤럽이 2주 전 발표한 주관적 행복지수를 보면 한국인은 57%가 행복하다고 답해 44개국 중 21위에 머물렀다. 일본인은 65%가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유엔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가 국내총생산, 기대수명, 사회적 지지, 자율성, 부정부패, 관용·포용력, 삶의 만족도를 토대로 산출해 내놓는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한국인 행복지수는 더욱 낮게 나타난다. 한국은 조사 대상 95개국 가운데 50위. 최근 3년 평균값에서도 149개국 가운데 62위로 조사됐다. OECD 37개국으로 좁혀보면 35위, 꼴찌 수준이다. 자살률, 노인빈곤율, 불평등, 삶의 질, 기후위기 대응 등 여러 객관적 지표로 범위를 넓혀보면 우울하고 부끄러운 통계는 더 많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말 인사에서 삶의 질도 선진국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했지만 차기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이들과 그를 보좌하는 정치인들 행태를 보면 그나마 <오징어 게임>이 한껏 끌어올려 놓은 자부심은 가루가 돼 흩어진다. 이념싸움에 매달리면서 공약은 당장 한 표 더 받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기는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니 접어두더라도, 이미 부도덕과 불법 의혹에 둘러싸여 있는 데다가 나아가 일반상식도 부족하고 질문도 이해 못 해 동문서답을 하고 시대를 역행한 색깔론을 말리지는 못할망정 같이 깨춤을 추고 있으니, 이들에게 나라를 맡긴다고 상상하면, 아 이런 재난극이 따로 없다.

품위 좀 보여주시라. 안 된다면 정신이라도 좀 차리시라. 행복의 나라로 가고 싶다. 희망과 감동을 주지 못할 거라면 차라리 몸개그로 웃음 주는 코미디가 낫다. 국민 눈앞을 캄캄하게 하는 공포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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