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조항이 경각심으로 작동할 것
기업은 안전의무 전가하지 않기를

해마다 새해를 맞이하면 마음속으로 다짐하는 것이 있습니다. 일종의 통과의례라고 할까요. 올해도 '나는 안전에 복무한다', '의사는 병들고 아픈 사람을 치료하지만 나는 산 사람을 지킨다'며 마음속으로 크게 외치고 스스로 다짐합니다.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안전관련 업무를 수행했지만 이게 사명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드시 신념화가 되어야 하고 그래야 실천을 할 수 있다는 나름대로의 철학이 생겼습니다.

아직도 우리나라 소규모 건설현장은 매우 열악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노동자 책임이 아닙니다. 엄연히 현행법상으로 사업주 책임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추운 현장에서 시행하는 짧은 안전교육이지만 '오늘 출근하신 그 모습 그대로 퇴근하셔야 합니다' 하면 이 짧은 한마디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시며 박수로 화답해주십니다. 말 안 해도 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소위 1군 현장에 가면 건설노동자들도 굳이 이야기 안 해도 보호구 착용은 물론 안전수칙도 잘 지킵니다. 그렇다고 소규모 건설업자의 현실적인 고충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생존을 위해 치열한 수주경쟁을 해야 하고 이익은 둘째 치고 손해라도 보지 않기 위해서 마른 행주 짜듯 계획을 세우는 현장소장의 한숨도 많이 봐왔습니다.그래도 말합니다. '사람목숨보다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라고 하면 '맞습니다, 옳은 말입니다'라는 대답이 이내 돌아옵니다. 참 서글픈 대화이지만 여기서부터 많은 문제점이 발생합니다. 발주자, 건축주 처지에서는 안전에 대한 비용은 시공사가 부담하는 것이지 자신이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안전의 중요성은 알지만 막상 비용에는 인색합니다.

이달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이 법으로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때만 해당됩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그 대상이 사업주와 노동자인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은 크게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까지 포함해 '사업 또는 사업장'의 개인사업주 또는 사업주가 법인이나 기관인 경우 그 경영책임자 등이 준수해야 할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입니다. 이 법에서 말하는 중대산업재해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해야 하는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중대시민재해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 동일한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는 것을 말합니다.

정해놓은 처벌조항과 손해배상 책임 수위도 재해 예방에 경각심으로 작동할 것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안전문화 확산과 정착, 그리고 발전에 도약대가 되길 바랍니다. 아울러 기업의 안전의무가 그 아래로 어느 힘없는 곳까지 떠넘겨지지 않길 기원합니다. 끝으로 우리나라의 고용노동부에 해당하는 영국의 보건안전청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문구 하나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HSE는 계속해서 균형 잡힌 역할을 하고 규제 기관이 가장 빠르고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 가장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러나 고용주가 예상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HSE는 주저하지 않고 책임을 지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