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중도층에 효과 의문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후보가 북한 핵미사일 도발 대응 방안으로 '선제 타격'을 거론하는 등 대북, 안보 몰이에 나선 게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끈다. 

윤 후보는 지난 1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외신기자가 '북한이 미사일을 쐈고 위협이 계속되는데 이를 방지할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선제 타격이 유일한 방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북한으로부터) 핵을 탑재한 마하 5 이상 미사일이 발사됐을 때 수도권에 도달해 대량 살상을 하는 데 걸릴 시간은 1분 이내라 요격이 사실상 불가하다"며 "그러면 조짐을 보일 때 3축 체제 가장 앞에 있는 킬체인(Kill-Chain)이라는 선제 타격밖에 막을 방법이 지금 없다"고 말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보수 측에 유리한 '대북', '안보' 이슈를 부각하려는 동시에 '종전 선언'을 추진하는 현 정부 대북 정책을 비판하는 '두 마리 토끼 잡기' 의도로 읽힌다. 역대 대선 과정에 보수 정치권이 '북폭론' 등 이른바 북풍 조작을 일삼은 경험에 비춰 이 같은 언급을 선거 공학 발로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멸공' 운운에 '멸치'와 '콩' 구매로 화답한 것도 이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이 같은 윤 후보 언행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진보당 경남도당은 논평에서 "남북 대치상황에서 선제 타격은 국지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전면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큰 점에서 참으로 위험천만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한반도를 민족 공멸 위기에 빠뜨릴 수도 있는 언행으로 안보 수장이자 평화를 이끌어야 한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없다"고도 질타했다.

6·15경남본부도 "윤 후보가 대북 선제 타격론 위험성을 모르고 주장했다면 '무지'한 것이고, 알고도 주장했다면 '전쟁광'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6·15창원지부 역시 "낡은 색깔론과 호전적 언사로 실추된 지지율을 만회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몰아세웠다.

이 같은 '북풍 조장'성 발언이 윤 후보를 향한 표심에 유리하게 작용할지도 의문이다. 대선 정국에서 색깔론과 북한의 전쟁 위협을 소재로 한 선거 캠페인이 이전만큼 큰 효용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진영 결집이 극심한 이번 대선은 중도층을 얼마나 흡수하느냐 경쟁으로 흐르고 있는데, 중도층 대부분은 20~30대로 여겨진다. 이들이 다시 군대에 가거나 전쟁이 나 삶이 송두리째 파괴되는 걸 좋아할 리 만무하다. 되레 국민의힘을 향해 "전쟁 선언으로 젊은 사람만 죽어나야 하는가", "노인들이 일으킨 전쟁 때문에 청년들만 희생해야 하는가"라는 여론이 불 수도 있다.

윤 후보 측은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한미연합사령부 작전계획에 북한에서 핵무기를 쏘려고 할 때 전략자산을 총동원해 선제 타격한다는 게 공식적인 방침"이라며 "후보 발언을 두고 여권과 진보 진영이 되레 전쟁불안 심리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맞받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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