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골격근 양 줄어
신체 활동량 감소도 큰 원인
근육, 에너지원 저장소 역할
주 2회 이상 근력운동 병행을

'100세 시대'. 한국 인구 기대수명은 1970년 62.3세에서 2020년 83.5세로 21년이 늘었습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 2020~2070년' 자료를 보면 한국인 2070년 기대수명은 91.2세입니다. 오래 사는 것 이상으로 건강하게 늙고자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희연병원 재활의학과 전문의 김양수 병원장과 함께 '노인 운동 필요성'에 대해 알아봅니다.

- 젊은이도 운동이 부족한데 나이 들수록 몸놀림이 둔해지다 보니까 운동하기 쉽지 않습니다.

"보통 나이가 들면서 신체의 여러 기능이 감소하는 것을 순수한 노화 과정에 의한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활동량 감소 자체도 노화의 상당한 원인이 됩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 근골격계 통증을 호소하는 노인이 상대적으로 많은데 운동 부족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 나이 들수록 운동이 필요한 이유가 뭘까요?

"몸을 구성하는 골격근의 양이 많이 줄어드는 증상을 근감소증이라고 하는데, 예전에는 근감소증을 특정한 질환으로 분류하지 않았습니다.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다. 근육이 빠지고 뼈가 보일 듯 앙상해지는 것도 자연의 섭리다' 이렇게 생각해왔죠. 그러나 근감소증에 대해 많은 연구가 시행되면서 2017년 세계보건기구에서 정식으로 질병 코드를 부여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8차 개정을 통해 질병코드를 부여했습니다. 근감소증도 빈혈이나 비만과 같이 예방하고 치료해야 할 하나의 질환으로 인정하게 된 것입니다."

- 근감소증은 운동량이 부족할 때만 생기나요?

"근감소증은 신체활동 저하 말고도 영양불량·환경요인·질환·염증·호르몬 변화 등이 있는데요. 사람 몸은 600여 개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근육은 수만 개의 탄력 있는 실과 같은 근섬유로 이루어져 있죠. 30대가 넘어서면서 근섬유 크기와 숫자 모두 감소하기 시작해 50대에서는 매년 1~2%의 근육이 소실되게 됩니다. 70대가 되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게 되죠."

- 근력이 약해지면 힘이 약해지는 것 말고 어떤 증상이 더 있나요?

"우리 몸의 근육은 몸을 움직이는 데 쓸 뿐만 아니라 에너지원의 저장소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근감소증으로 근육량이 줄어들면 에너지 비축 능력도 동시에 감소하게 돼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되죠. 특히 에너지원인 포도당은 변환 과정을 거쳐 근육에 저장되는데 근감소증으로 말미암아 저장할 공간이 부족해지니 포도당이 혈액 내에 많이 분포하게 되고, 당뇨병의 위험도 커지게 됩니다. 또 근육은 몸을 움직이게 할 뿐만 아니라 미세 운동을 통해 균형을 잡고 자세를 유지하게 하는데 이러한 능력이 감소하므로 자주 넘어지게 되고 이에 따라 골절이나 기타 외상성 손상의 위험도 커집니다."

▲ 창원 희연병원 재활의학과 전문의 김양수(앞줄 가운데) 병원장이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희연병원
▲ 창원 희연병원 재활의학과 전문의 김양수(앞줄 가운데) 병원장이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희연병원

- 건강이 상하면 운동량이 줄어들고, 운동을 못하면 건강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악순환 고리를 끊으려면?

"보통 어르신들이 운동을 한다면 많이들 걸으시죠. 조금 더 운동을 선호하시는 분은 등산을 하기도 합니다. 걷기 운동이나 등산도 건강에 매우 좋습니다만 대부분 근력운동에 소홀한 경우가 많습니다. 안타깝게도 걷기나 등산만으로는 근육량을 늘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근육이 성장하려면 어느 수준 이상의 강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헬스장에서 근력운동을 열심히 하시는 어르신들을 뵙기는 쉽지 않죠. 제가 추천 드리고 싶은 운동 방법은 유산소운동을 거의 매일 하면서 주 2회 이상 근력운동을 병행하는 것입니다."

- 노인 중에는 관절염을 앓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도 운동을 해야 하나요?

"퇴행성 관절염이 상당히 진행되신 분들은 운동 범위를 넓히기가 어렵습니다만 아직 통증이 없으시거나 가벼운 경우에는 반드시 근력 강화가 필요합니다. 특히 허벅지 앞에 있는 대퇴사두근이라는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요. 이 근육들은 무릎의 안정성을 증가시켜 주기 때문에 손상을 예방할 수 있고 또 하체 전반적인 근육들이 튼튼하면 활동을 많이 하더라도 쉽게 피로해지지 않기 때문에 선순환 효과가 생깁니다."

- 어깨가 아픈 사람도 역시 운동이 필요하겠죠?

"물론입니다. 어깨 관절은 우리 몸에서 가장 움직이는 범위가 넓은 관절입니다. 어깨 관절은 경첩처럼 고정된 관절이 아닙니다. 작은 접시 위에 축구공을 올려놓은 모양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우실 텐데요. 조금만 건드려도 축구공이 접시 밖으로 굴러갈 겁니다. 흔히들 아는 회전근개라는 4개 근육과 거기에 연결된 힘줄들이 날개 뼈와 상완골을 단단히 잡아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깨를 튼튼하고 자유롭게 오래 사용하려면 이 회전근개의 근육들을 강화하는 운동들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고무밴드와 가벼운 아령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작은 근육들이기 때문에 틈틈이 단련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 허리가 불편한 이는 어떻게 운동해야 할까요?

"보통 허리가 아픈 분들은 복대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 몸 안에도 이러한 복대가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시죠. 몸 안에서 복대 역할을 하는 구조물은 등허리근막이라고 불리는데요. 등의 광배근부터 엉덩이의 대둔근까지 연결돼 있습니다. 그래서 이 두 근육을 강화하면 자연적으로 등허리근막이 팽팽하게 긴장돼 자연적인 복대 역할을 해줍니다."

- 기저 질환자는 운동하기 전에 전문의와 상담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죠?

"운동 시작 전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필요한 분들이 있습니다. 특히 부정맥이나 협심증, 심부전 등의 심장질환이나 망막출혈과 같은 안과질환, 조절되지 않는 당뇨병 등의 질환이 있는 분들은 주치의 선생님과 반드시 상의 후에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건강상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시작부터 너무 무리한 계획이나 욕심을 부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현재 신체 상태를 초과하는 운동을 하면 오히려 운동으로 말미암아 근골격계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커서 시간을 두고 조금씩 운동시간과 강도를 증가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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