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출신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안은주(55) 씨가 위독한 상태다. 배구선수 출신인 안 씨는 가습기 살균제를 3년간 사용한 이후 폐 이식 수술 두 번 및 신장·호흡기능 이상과 하반신 마비 등과 같은 각종 후유증에 시달리다가 최근엔 생명의 연장마저 힘든 지경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가족들의 경제적 상황은 처참할 만큼 어려운 지경에 놓여 있다. 2020년 개정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 특별법에 따라 폐 손상 피해자로 인정받아 구제인정대상자로 선정되더라도 전체 치료비용이 지원되지 않기 때문이다. 안 씨의 가족들이 그동안 쌓인 병원·간병비 탓에 이미 거액의 빚을 진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피해가족들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에 신속하게 배·보상안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피해자 가족들은 당장 살림살이조차 어려운 현실에 해당 기업들에 즉각적인 배·보상을 요구하는 중이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난해 법원은 가습기 살균제의 성분인 CMIT, MIT가 들어간 제품을 제조한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 등의 기업에 무죄 판결을 이미 내렸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들이 책임을 인정하면 이후 재판에서 불리해지는 게 너무나 분명하다 보니 기업들이 배상을 전제로 하는 조정안 마련에 쉽게 동의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피해자는 엄연히 존재하는데 가해자는 시간이 갈수록 희미해지고 사라지는 황당한 일이 실제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죽음에 이르는 피해자들이 늘어나고 가족들에겐 어마어마한 경제적 부채만 남겨 둘 수밖에 없는 황당한 일이 현실화하고 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협상 테이블에서 가해 기업들만 유리한 위치에 놓일 개연성이 높아지는 사건을 지켜보고 있으면 도대체 사회 정의가 어디에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선거 때마다 피해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겠다고 목에 핏대를 세웠던 후보들은 지금 어디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최소한의 도덕이나 윤리도 없는 철면피들을 벌할 수 있는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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