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쯤이면 센터에서는 '설명절 친정방문 지원사업'을 준비하느라 매우 바빴습니다. 친정방문 대상자 선정을 알리는 전화에 감사함과 설렘, 기쁨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고 하루에도 몇 십 통의 전화로 항공편과 수하물, 방문 일정 등을 물어보는 기분 좋은 목소리의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하지만 2020년 1월 갑작스럽게 나타난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온통 바꿔놓았으며, 친정방문도 쉽게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코로나19가 나타났을 때는 이렇게까지 친정방문의 하늘길이 막힐지 상상하지도 못했습니다.

지난 5년간 친정방문 지원사업 담당자로서 다문화가족들과 함께하면서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친정은 결코 쉽게 갈 수 없는 '꿈'의 장소인 것을 느꼈습니다. 입국 초기에는 한국 생활 적응과 출산으로 갈 수 없었고, 자녀들이 성장하여 이동이 가능한 시기에는 경제적인 여건으로 쉽사리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습니다.

친정방문 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경제적인 이유로 방문을 포기하는 가족들을 종종 만났는데, 경비가 부족해 몇십 년 만에 갈 수 있게 된 친정방문을 포기한다는 현실이 너무 가슴 아프기도 했습니다. 한 해 한 해, 가족들을 만나면서 본 사업이 친정가족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임을 느꼈습니다. 그런 친정방문의 길이 코로나19로 중단되었다는 현실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친정', 말만 들어도 마음이 온기로 채워지는 단어입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니 이전과 달리 '친정'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옵니다. 단순히 나의 원가족이 아닌 정신적·심리적 안식처이며 내일을 살아가게 하는 원천이었습니다.

약 10일간 친정가족들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한 채 만난 이들이 왜 저마다 목이 쉬어있는지 이젠 마음으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하지 못한 말, 전하지 못한 마음들을 꺼내느라 밤을 지새운 가족들의 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올해 설 명절은 다른 해보다 유독 빨리 다가옵니다. 오랜만에 온 가족들이 모여 온기를 나누는 명절, 다문화가족들에게는 기약 없는 기다림으로 마음이 무거운 설 명절이 될 것 같습니다. 더욱이 '코로나19'로 가족들의 건강 걱정에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는 명절인 것 같습니다.

양손은 무겁게, 발걸음은 가볍게 하늘길에 오르는 가족들의 모습을 빨리 볼 수 있는 날이 오기 바라며,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어 친정방문의 하늘길이 활짝 열리길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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