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지혜 씨 세 번째 공판
'동의 받아' 가해자 측 주장하자
"반성없는 태도 2차 가해"호소

"화가 나는 것은 가해자가 잘못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몰래 촬영하고 유포까지 된 사건인데, 공소시효가 일부 지나 처벌하지 못하는 점도 화가 납니다. 20군데에 유포된 것들이 다 지워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를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들었습니다. 큰 범죄임에도 피고인이 뉘우치지 않고, 잘못한 게 없다고 말하는 것이 2차 가해입니다. 법정 한도에서 최고형을 내려주십시오."

피해자 증인 신문을 마치면서 재판장이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김지혜(가명·30대) 씨는 호소했다. 지혜 씨가 <경남도민일보>에 제보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의 재판이 열렸다. 창원지방법원 형사4부(재판장 장유진 부장판사, 이지훈·김상욱 판사)는 11일 315호 법정에서 이 사건 세 번째 공판을 열었다. 이날 피해자 2명 가운데 1명인 지혜 씨 증인 신문이 있었다.

피고인 ㅂ(38) 씨는 교제했던 피해자 2명에게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는 신체 사진과 성관계 동영상을 찍고 동의 없이 소지한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성착취물 소지)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촬영물 소지) 혐의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정오까지 315호 법정에서 이 사건 공판만 진행됐고, 앞뒤로 다른 공판 일정은 없었다. 피해자가 피고인이 보는 앞에서 신문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피고인은 법정 밖 영상실로 이동했다.

장유진 부장판사는 피해자인 증인에게 "사건이 성범죄여서 피고인 측 반대 신문에서 나올 질문이 불편할 수 있다"며 "힘들면 쉬었다가 할 수 있다. 지켜보면서 무리하게 진행된다고 판단하면 제재하겠다. 편하게 진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피고인 측 변호사는 다른 사진들을 증거로 제시하며 사진 등을 합의로 찍고 피해자가 알고 있었다는 정황을 입증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피해자는 "일부 동의한 적은 있지만, 교제 관계에서 동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동의한 적 없고,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촬영됐다"며 "이후 내가 보는 앞에서 피고인이 삭제한 적도 있지만, 삭제한 것까지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고 반박했다.

또 피고인 측 변호사는 피해자와 주변인 사이 대화 내용 등을 캐묻기도 했는데, 피해자는 재판을 마친 이후 "사건과 무관한 질문이었다"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피해자가 "동영상을 트는가?"라고 묻자 장 부장판사는 "원하지 않으면 재생하지 않는다"며 "이 사건은 재생할 일이 없을 듯하다"고 답했다. 장 부장판사는 법원 직원이 모니터를 옮기려 하자 "피고인이 나와서 증인이 싫어할 수도 있다"며 제지했고, 피해자가 법정에서 퇴장할 때 통로에서도 피고인과 마주치지 않도록 "피해자가 다 나가고, 피고인을 나오게 하라"며 직원에게 당부했다. 다음 공판은 3월 22일 오후 4시 30분 같은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또 다른 피해자 1명의 증인 신문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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