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군민, 조사·조정 일방적 과정 비판
결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

전례 없는 긴 장마가 이어졌던 2020년 8월 초. 집중호우와 갑작스러운 저수율 상승에 따른 섬진강댐의 대규모 방류까지 겹치면서 섬진강 하류 지역인 하동과 구례, 광양, 순천, 곡성, 남원 등 섬진강을 낀 8개 시군은 하룻밤 사이에 물 폭탄을 맞았다. 갑자기 밀려든 강물에 관광지 화개장터를 비롯한 하동군 화개면 일대가 물바다가 됐다. 구례 지역은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재민이 있을 정도로 가장 큰 피해를 봤다.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이하 환경분쟁조정위)는 지난 4일 이들 지역 주민들의 피해 신청을 놓고 1차 분쟁 조정 결정을 했다. 하동지역은 지난해 8월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 경남도와 하동군이 수해를 유발한 원인을 제공했다며 환경분쟁조정을 신청했는데, 그 결과의 일부가 나온 것이다.

하동지역 사유시설 피해 주민 122명에게 배상금 13억 4200만 원을 지급하라는 결정이 났다. 환경분쟁조정위가 조사해 산정했던 총 피해액 27억 9200만 원의 48% 수준이었다. 피해 주민이 신청한 피해액 28억 9600만 원을 따지면 46.3% 정도였다. 1차 조정에서 빠진 신청인 405명은 다음 조정으로 넘어갔다.

이번 결정을 보면서 지난해 7월 하동군에서 열렸던 '섬진강·주안댐 수해 원인 중간 조사용역 결과' 보고서 발표 자리가 문득 떠올랐다. 참석한 주민 대표와 자치단체가 선임한 자문위원이 수해 원인과 조사 방법 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용역업체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특히 자문위원의 검토 의견서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점과 용역업체의 늦은 발표 자료 제출로 자문위원과 주민 대표가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던 점도 지적했다.

용역을 맡은 한국수자원학회 대표가 답변에서 고압적인 태도와 언행을 보여 주민 대표들이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심각했던 재첩 등 어업 피해가 용역에서 빠진 데 충분한 설명도 없었다. 피해 당사자인 주민이 빠진 용역을 위한 용역 발표 보고 자리가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더욱이 이날 보고회가 끝난 후 환경부 고위 공무원이 어업피해 용역조사 약속을 했는데 지금까지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후 환경분쟁조정 과정에서도 피해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은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문제를 계속해서 제기했다. 환경분쟁조정위가 배상금 결정에 앞서 사전 의견 청취 기회를 박탈하고 일방적으로 결정을 수용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조정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있었기에 피해 자치단체와 주민들이 예상한 것보다 낮은 배상금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고, 극렬히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번 1차 조정 결정은 앞으로 여러 차례 있을 환경분쟁조정위의 배상금 결정에 지렛대가 될 수 있기에 피해 자치단체와 주민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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