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접종 득실은 정확히 따지되
그래도 불안할 때 이웃 생각하길

많이들 힘드시죠? 긴 병에 효자 없다고 기약 없이 길어만 지니 마음이 처음 같지 않습니다. 여기도 그러합니다. 호기롭게 최후까지 남을 공공병원 운운했었지만 문득 둘러 보니 격리병동 간호사의 반이 신규로 바뀌었더군요.

최근 확진이 느니 위중증도 늘었습니다. 오늘까지 3주째 응급콜로 새벽 4~5시에 출근할 일이 있었는데 세 번 다 살리러 나선 길이 아니었습니다. 이전 2년간은 단 한 번도 없던 일입니다. 그만큼 지금이 처음보다 엄중하다는 방증이겠지요. 세 분 다 백신 미접종이셨습니다. 한데 자의로 거부하셨다기보다 장애나 특히 경제적 이유로 돌봄이 부족한 사각지대에 처한 분들이셨어요. 코로나로 돌아가시지만 코로나만이 이유는 아닌 게지요.

질병의 불평등이란 말이 요즘처럼 와 닿은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더욱 방역이나 백신은 나와 가족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겠지요.

얼마 전 질병청의 발표로는 최근 확진의 30% 그리고 중증·사망의 50%가 미접종자라 하더군요. 그럼 거꾸로 확진의 70% 그리고 사망의 50%는 백신으로도 못 막았지 않았냐고, 그러니 백신정책은 실패한 게 아니냐는 얘기를 하는 분들이 있더군요.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 미접종자는 인구의 7%밖에 되지 않으니 단 7% 인구집단에서 확진의 30%와 사망의 50%를 차지해 오히려 이 데이터는 백신의 효과를 방증하죠.

청소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최근 한 대학 후배가 근 20년 만에 전화가 와 자기 사촌누나랑 통화를 좀 해 달라더군요. 16세 고1인 아이가 확진돼 입원했는데 열이 안 떨어져 너무 힘들어 한다면서요. 애들은 잘 나으니 걱정하지 마십사, 다만 일단 열이 나면 4~5일 반복되는 건 흔하니 조급해하지 말라며 잘 다독였는데 다음 날엔 아예 울면서 전화가 왔더군요. 애가 숨을 못 쉬고 헐떡이는데 너무 불안하다며 펑펑. 아이들의 경우 대부분 큰 증상 없이 잘 낫는 게 맞습니다만 그렇다고 그 과정이 모두에게 다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물을 수 있습니다. 백신패스니 뭐니 강제하는 것은 내 자유를,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 존중합니다. 강제에 대한 거부감을, 아니 그 이전에 아이들 일이니 어른 때와 달리 백신 자체에 대한 불안도 더함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도 애를 키우는데 그 마음을 왜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TV 속 방역패스 반대 집회에 나온 피켓에 적힌 '살인 백신'이니 '방역 파시즘'이니 하는 문구가 못내 마음을 불편하게 해 또 이리 펜을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저 문구들에 맞서 백신은 무조건 안전하니 강요하자는 또 다른 맹목적인 백신 천국 불신 지옥을 얘기하고자 함도 아닙니다. 다만 정확히 살피십사 당부드리고자 함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최소한 저 단어들은 틀렸으니까요. 정말 자유가 더 중요하다면 질문을 이리 바꾸셔야 합니다. 확인된 백신 유효성에도 거부할 자유를 달라고요.

이쯤에서 우리 다 같이 처음을 한 번 되돌아보았으면 합니다. 지난해 2~3월에는 코로나에 대해서만도 얼마나 불안했는지를요. 그럼에도 서로를 위해 조심하고 응원하며 여태껏 잘 버텨 왔음을요. K방역 비결은 정부도 정책도 의료진도 아닙니다. 바로 서로를 생각했던 우리 마음이었지요. 백신도 다르지 않습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 감수하는 것이니까요. 득실을 정확히 따지되 그럼에도 불안을 이길 용기가 필요할 때는 지금까지처럼 이웃의 누군가를 생각해 주시기를 감히 희망합니다. 그 마음이 모여 끝내 끝에 닿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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