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에서 꿀벌농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0년과 2021년 양봉농가는 이상기후로 말미암아 전례 없는 꿀 생산량 급감과 더불어 설탕 가격 상승으로 이중고를 겪어 왔습니다.

임인년 새해가 밝으면서 올해는 풍밀을 기원하였는데, 새해부터 좋지 않은 소식이 먼저 도착했습니다. 바로 꿀벌 사료의 원료가 되는 설탕 가격 인상 공지였습니다. 2021년 설탕 한 포 가격은 1만 3500원이었는데, 꾸준히 상승하여 올해 한 포 가격은 1만 7000원입니다. 국내 제당사에서는 1월 중순과 말까지는 인상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1월은 꽃이 없어 벌이 꿀을 딸 수 없는 무밀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먹이를 공급하지 않으면 꿀벌이 굶어죽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료(화분떡)를 넣어주면서 벌의 세력을 키워야 합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설탕 값 인상 소식을 보면서 농가에서는 시름만 깊어갑니다. 봄에 잦은 비와 지구 온난화로 아카시아 꽃이 빨리 져버린 예년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말란 법도 없기 때문입니다.

정부에서는 지난해 기후변화 위기 극복을 위한 양봉농가 긴급 사료지원 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미 2년 연이어 벌꿀 생산량이 70% 이상 감소하면서, 이 지원 사업 또한 궁여지책에 불과했습니다.

양봉은 단순한 벌꿀 생산보다 꿀벌의 화분매개를 통한 공익적 가치가 높은 산업입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세계 100대 농작물의 71%가 꿀벌 화분매개 기능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고, 영국 스털링대 연구진은 꿀벌에 의해 생산되는 전 세계 꿀과 채소, 과일 등의 규모는 연간 400조 원을 상회한다고 했습니다.

정부에서 하는 일시적인 사료 지원보다 중요한 것은 체계적인 지원대책입니다. 이는 양봉농가 개인에 대한 지원만을 일컫는 저희의 이기주의가 아닙니다.

특별법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연재해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재해보험을 만들고, 다양한 밀원수 식재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밀원수 식재와 더불어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향후 이상 기후 변화는 계속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양봉농가는 폐업으로 몰릴 것이고, 대한민국의 양봉산업 또한 무너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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