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IT기업 알고리즘, 확증편향 조장
균형 잡힌 커뮤니티가 지역 살릴 수도

지난해 가을 미의회 상원에 페이스북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건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 자리에서 그는 페이스북이 증오와 폭력이 담긴 콘텐츠가 널리 확산되도록 일부러 방치했다고 폭로했다. 다큐멘터리 <소셜딜레마>는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세계적인 소셜미디어 기업이 치밀한 알고리즘과 개인화된 인공지능(AI) 기술을 동원해 확증편향을 강화하고 정치적인 양극화를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이런 정책을 고집한 이유는 간단하다. 이용자들이 서비스에 머무는 시간을 늘려야 광고수입이 커지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가 기울어진 만큼 세상도 기울어지고 있다. 미국에선 민주당 지지자와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가 갈등 정도를 지나 적대하는 단계로 넘어갔다. 유럽은 물론 아시아에서 민족주의 혹은 극우세력이 고개 드는 상황도 소셜미디어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나라도 비슷하다. 인터넷을 지배하고 있는 포털 서비스는 자극적인 기사를 더 자주 더 위에 노출하고 있고, 유튜브 공간 또한 진보와 보수 진영으로 선명하게 나뉘어 전쟁 같은 대립이 고착화되고 있다.

그런데 지난 연말 특정 진영에 속하지 않은 삼프로TV 영상에 수많은 사람이 "나라를 구했다"며 열광했다.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을 제대로 비교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영상에 달린 댓글 양과 수준도 어마어마했다. 비난과 조롱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대부분 냉철하고 균형 잡힌 내용이었다. 자극과 편향의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유튜브 공간에서 어떻게 이런 품격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삼프로TV는 4년 전인 2018년 1월 홍대 부근 지하녹음실에서 팟캐스트 방송 채널로 시작됐다. 주식을 비롯해 부동산 등 다양한 재테크 정보를 소개하고 리뷰하는 내용으로 시청자를 모아왔고, 청년 세대 주식 열풍과 맞물리면서 지금은 여의도 금융가에 사무실을 둔 어엿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삼프로TV가 등장하기 전 경제TV를 비롯해 수많은 채널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들의 접근은 남달랐다. 바로 시청자를 돈벌이에 혈안이 된 익명의 투자집단이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입체적인 인격체로 존중한 것이다. 이것이 삼프로TV만의 성장전략이었다고 나는 평가한다.

삼프로TV의 이런 시청자관은 분초를 다투는 투자정보 프로그램과 함께 편성되는 고품질 교양 프로그램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지구촌 여러 나라 역사와 문화, 경제를 소개하는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는 군계일학이다. 그 밖에 서울과 수도권 동네 역사를 탐구하는 <김시덕 박사의 도시야사>,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 역사를 이야기하는 <차현진 작가의 중역회의>, 다국적 기업의 역사를 다루는 고영경 교수의 <말랑말랑 기업사> 등이 있다. 이처럼 균형 잡힌 콘텐츠를 중심으로 형성된 커뮤니티였기에, 이번 대선특집 영상에 수준 높은 댓글들이 달렸던 것이다.

삼프로TV의 성공은 지역사회에도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시한다. 확증편향을 조장하는 거대 IT기업들의 알고리즘 속에서도 균형 잡힌 커뮤니티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수도권 중심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속에서도 지역민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건강한 커뮤니티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지역민을 수혜만 바라는 익명의 수동적 집단이 아니라 저마다 꿈을 가진 입체적인 인격체로 존중한다면, 지금과는 다른 신선한 정책 프로그램들을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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