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촌마을-지역 대학-환경단체
잘피 배양·이식 실험사업 성공
탄소 흡수할 해조류 조성 기대
마을 청소하며 이웃사이 돈독

▲ 정정옥 통영 용남면 선촌마을 부녀회장이 마을 앞바다를 뒤로하고 미소를 짓고 있다. /이동욱 기자
▲ 정정옥 통영 용남면 선촌마을 부녀회장이 마을 앞바다를 뒤로하고 미소를 짓고 있다. /이동욱 기자

통영시 용남면 화삼리 선촌마을은 '잘피의 고향'으로 불릴 만하다. 마을 주변 해역 약 1.94㎢(194㏊)는 2020년 해양보호구역 중 해양생태계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해초 등 해저 경관이 수려하며, 해양생태계 탄소흡수원 기능 증진을 위해 보전이 필요하다고 평가받은 것이다.

잘피는 바닷물 속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여러해살이 초본식물로 거머리말류를 지칭한다. 우리나라에는 거머리말을 포함한 9종이 서식하고, 선촌마을 해역에는 포기를 지어 분포하는 포기거머리말 등 5종이 서식한다. 마을 앞 해양보호구역에서는 거머리말 서식지 7.49㏊가 확인됐다. 150여 종 어류 산란장·생육장이자 국제 멸종위기종 '복해마' 서식지이기도 하다.

정정옥(56) 씨는 선촌마을에서 11년째 부녀회를 이끌고 있다. "잘피는 꼭 논에 심는 벼 같아요. 키도 얼추 벼만큼 자라고, 아이들이 오면 그렇게 설명해줘요. 꽃대를 뻗치면서 그걸 까면 씨앗이 나오는 게 옥수수와 비슷하다고도 하고요. 물속에서 꽃을 피워 씨앗이 되는데, 그 신기한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죠."

경남도 사회혁신추진단, 경남대 산학협력단,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은 마을 주민들과 함께 '2020 마을-대학 상생공동체 사업'(경남지역 굴패각 문제의 사회실험적 해결방안 - 잘피 복원 분야)을 진행했다. 굴 껍데기를 섞은 배양토는 무명천을 받쳐 생선용 나무상자에 담고, 여기에 채집한 잘피 기는줄기와 뿌리를 심었는데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지난해 10~12월에는 한국수산자원공단 남해본부, 경남도, 통영거제환경련, 통영 화삼어촌계가 '연안 생태계 복원과 2050 탄소중립을 위한 경남권 잘피숲 조성사업'을 함께했다.

주민들은 마을 앞바다에서 채취한 잘피를 모판 300개(잘피성체 이식 200개, 잘피씨뿌림 100개)에 심고, 수심 5m 이내 석방렴 안에서 두 달 정도 키웠다. 길이 145m 반원형으로 돌을 쌓아 만든 석방렴은 물이 빠지면 맨손이나 뜰채로 갇힌 수산물을 채집할 수 있다. 잘 키운 잘피는 해양 생태계 복원이 필요한 인근 해역으로 옮겨졌다. 기후위기 시대 해안가 생태계, 염생습지, 해초류, 해조류 등이 흡수하는 탄소를 뜻하는 '블루카본(Blue Carbon)'이 주목받는데, 선촌마을 잘피 배양과 이식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 마을 인근 바닷속 잘피.  /정정옥 부녀회장
▲ 마을 인근 바닷속 잘피. /정정옥 부녀회장

해양보호구역 지정 이후 적어도 일주일에 한두 차례 마을 주민 20여 명이 동네 안길 청소도 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3년간 마을 청소와 함께 21가지 쓰레기 분리 배출 교육을 마을 안팎에서 해왔다. "쓰레기 분리 배출도 다들 처음에는 힘들어하다가 지금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 됐어요. 깨끗해진 마을과 바다는 우리가 봐서도 좋고, 다른 동네와 비교해봐도 자부심이 생긴 것 같아요. 관리 비용은 함께 일한 어르신들에게 일당 형태로 돌아가니 용돈도 생긴 거죠."

쓰레기 줍기에서 잘피 배양까지 주민들이 함께하는 시간이 늘다 보니 큰 변화가 엿보인다. "무엇보다 같이 움직이면 서로 안부도 확인할 수 있고, 예전 같으면 옥신각신했지만 지금은 융화되면서 애틋한 마음이 더 생겨요."

충남 금산이 고향인 그는 결혼해 통영에 산 지는 30년 가까이 됐다. 바다를 잘 몰랐던 그 역시 생태계를 알게 되고 차츰 환경에 관심을 두고 궁금증이 많은 사람으로 바뀌었다. "저를 포함해 여러 사람이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마을도 화목해지고… 다시 찾아온 잘피는 자연이 회복되면서 우리에게 준 선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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