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 19주기 추모식 열려

"배달호 열사는 남을 탓하지 않았습니다. 어떡하면 문제를 내가 안고 극복할 것인가, 그 고민 끝에 자기 몸을 희생했습니다. 동지들, 남 탓하지 말고 내가 책임지고 앞장서서 뚫고 나가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김창근 전 전국금속노동조합 두산중공업지회 위원장이 추모사 끄트머리에 힘을 줬다.

7일 창원시 성산구 귀곡동 두산중공업 정문 앞에서 배달호 열사 19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추모사를 준비한 이들은 저마다 열사 의지를 되새겼다.

김창근 전 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 위원장은 추모사에서 "잊고 있던 한 가지를 말하고자 한다"며 연대를 강조했다.

"배 열사는 파업에 참여했던 노동자와 그렇지 않은 노동자 사이 갈등, 숨 막히는 현장 분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하는 고민으로 결국 죽음까지 결심했다. 마지막 합의 과정에서 우리는 현장 조합원 사기 회복에 주안점을 뒀다. 여러 합의 내용 가운데 파업 기간 손실된 임금, 전부는 아니지만 50%를 끝까지 고집해 받아냈다. 열사 투쟁이 끝나고 한 분이 배 열사 아내를 찾아 그 돈을 고스란히 전한 일이 있었다. 받지 못할 상황이었는데 배 열사 덕분에 받은 돈이라는 것이었다. 잘되면 내 덕분이고, 잘못되면 남 탓을 한다. 조합원은 집행부를 탓하고, 지회장을 탓한다. 집행부는 대의원을 탓하고, 조합원을 탓한다. 배 열사는 남을 탓하지 않았다. 올해 더 어려운, 더 낮은 데 있는 동지를 생각하며 힘찬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안석태 금속노조 경남지부장과 조형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경남지역본부장은 추모사에서 민중총궐기 참여를 호소했다.

안 지부장은 "자본과 정권은 광장을 닫고 노동자에게 가만히 있으라 요구하지만 열사는 가만히 있지 말고 투쟁하라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로 동지와 함께 거리로 나서라 요구한다"며 "민중총궐기로 자본과 정권이 닫은, 노동자 투쟁을 가로막은 광장을 우리 힘으로 열어내자"고 말했다.

조 본부장은 "민중총궐기는 노동자 정치 위력을 보이고 노동 정치 세력 각성을 촉구하는 대회여야 한다"며 "올해 모든 싸움에서 열사 정신을 되새기며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노동열사 배달호 19주기 추모제가 7일 창원시 성산구 두산중공업 정문에서 열렸다. 이날 한자리에 모인 노동자들이 배달호 열사를 추모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7일 두산중공업 정문에 마련된 배달호 열사 영정 앞에서 노동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7일 두산중공업 정문에 마련된 배달호 열사 영정 앞에서 노동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민중총궐기는 오는 15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으로 △신자유주의 농정 철폐 △권력형 성폭력 가해자 즉각 퇴출 △중대재해 근본대책 관련법 개정 △비정규직 철폐 △노점상 생계보호 특별법 제정 △자주평화통일 실현 등을 요구하는 자리다.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과 이성배 2022 조합원 중심 두산중공업지회장도 추모사에서 연대를 강조했다.

홍 부위원장은 "열사 정신을 기본으로 돌아보면 많이 부족하다"며 "배 열사 정신은 연대 투쟁과 실천이었기에 19년이 흐른 지금 기억을 넘어 무엇을 실천할지 오늘을 계기로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회장은 "도내에서 사용자 측 손해배상 청구 소송 문제가 다시 일어나고 있다"며 "두산중공업지회가 아픔을 겪을 때 연대가 있었고 이를 기억하기에 서울쇼트공업㈜ 노동자와 연대하고 투쟁이 승리하도록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쇼트공업㈜는 창원시 성산구에 있는 강주물 주조업체다. 최근 사용자 측이 노동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논란을 빚고 있다.

한편, 두산중공업 노동자였던 배 씨는 2003년 1월 9일 일터에서 분신했다. 2000년 두산그룹은 한국중공업을 인수, 구조조정을 하고 외주화 작업인 소사장제를 도입했다. 2002년 노동조합은 임단협을 벌이며 47일 파업을 벌였다. 노동자 측과 사용자 측 충돌, 해고·징계가 이어졌다. 배 씨도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다. 배 씨는 2002년 12월 복귀, 이듬해 분신했다. 배 씨는 유서에서 사측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가압류, 부당노동행위에 울분을 드러냈다. 사용자 측이 노동조합과 노동자 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하고, 가압류 절차를 밟는 행위는 19년이 흐른 지금도 문제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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