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나무결〉 후 두 번째 시집
'봄 길목에 서서'가곡 되기도

최조을순 시인이 2015년 <오동나무 결>에 이어 두 번째 시집 <생각의 잔고를 쓰다>를 냈다. 함안에서 태어나 창원에서 살던 최 시인은 1988년 캐다나로 이주하고 느지막이 문학가로 변신해 새 삶을 살고 있다. 고향을 떠난 지 33년, 시에는 그리움이 가득하다.

"고국에서 입양한 강아지/ 솔이라 이름 짓는다/ 두 팔 안기는 몸집 내 팔이 가볍다// 차를 타니 문풍지 겨울바람인 듯/ 강아지 바들바들 요동치는 심장은/ 내 손바닥에서 내가 울컥이다// 솔아! 절망을 놓아라/ 나는 너의 새엄마야// 나도 너와 같이 이 나라가 나를 입양했어/ 걸음마도 아닌 언어에 다물린 입에/ 내 간직한 국화바람꽃까지 떨었단다// 솔아! 내 눈을 봐/ 너는 나를 만나려 온 골목을 헤매었고/ 나는 너를 만나려 알뜰한 꿈꾸었나"('솔' 1~5연)

얼마나 고국이 그리웠으면 강아지를 말동무 삼았을까. 최 시인은 이 시를 낭송해 강아지 사진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려 많은 이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또 '봄 길목에 서서'는 1개월 전 바리톤 고성현이 신작 가곡으로 불러 유튜브에서 사랑받고 있다. 그에 따른 감회를 '시인의 말'에서 밝혔다. "나도 가끔 내가 누구인지? 매사에 부족한 내가 자작시 '봄 길목에 서서' 작곡도 해 대한민국 국보급 바리톤 고성현 한양대 교수님이 이 가곡을 부르시고. 동영상을 받은 날 나는 혼자 웅크리고 울었다. 내 인생에 태풍 같은 사건."

"공원 숲 언 땅 가르고/ 이른 새벽 일어선 크로커스// 다 안아 한 줌 꽃잎으로/ 영롱한 보라색/ 이리도 곱단 말인가!/ 발걸음 멈추고/ 추억의 눈 속삭인다// 보세요! 이 예쁜 날에/ 풀잎아! 흥겹게 춤을 추어야지요/ 숨죽인 꽃잎아 너도 일어서야지// 봄 길 여기서 고운 바람 옷깃으로/ 아지랑이 꽃길을/ 사뿐사뿐히 걸어 다오"('봄 길목에 서서' 전문)

차성환 시인은 해설에서 "최 시인이 기록하는 이국에서의 삶은 감사함으로 채워져 있다"면서 "힘든 일이 왜 없었겠는가. 타지에서의 외로움을 이겨내고 내게 주어진 텃밭을 힘차게 일궈 나간다. 그렇다. 이웃과 함께 정을 나누면서 살아가는 그는 은은한 향기를 품은, 수수하고 강인한 '풀꽃'을 닮았다"고 평했다.

"풀꽃/ 너의 이름은 모른다/ 푸른 미소가 있어/ 화분에 놓아 보았다/ 서리 맞고 물러선 빈자리에"('풀꽃' 1연)

천년의시작. 128쪽.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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