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전기원 감전사 '단독' 보도
이미 〈세이프타임즈〉에서 다뤄
언론의 '자화자찬' 관행 변해야

 

△[단독] 2만 2천 볼트 고압전류에 타버렸다… 38살 예비신랑 김다운 씨의 비극(3일 MBC).

오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벌어진 사고입니다. MBC는 지난 3일 뉴스데스크에서 세 꼭지에 걸쳐 이를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로 조용히 묻힐 뻔한 중대재해가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내용만 보면 아무 문제없는 기사입니다. 오히려 중대재해처벌법이 왜 필요한지 다시금 일깨우는 좋은 보도입니다. 그럼에도 뉴비자 눈에는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습니다. 일주일 전 기사를 하나 보겠습니다.

△[단독] 한국전력 전기원 '감전사'…노동부 공사중지명령 '발동'(2021년 12월 27일 세이프타임즈).

안전 종합 인터넷신문 <세이프타임즈> 보도입니다. MBC 보도와 같은 사건입니다. 두 기사 모두 제목에 '단독'을 달고 나갔습니다. 활선차 미사용, 면장갑 작업, 2인 1조 작업 지침 위반 등 핵심 사실 관계도 동일합니다.

큰 틀에서 볼 때 주요 내용은 비슷합니다. 다만, 제목과 내용에 고인이 '예비 신랑'이라는 점을 부각해서 보도한 MBC와 달리 <세이프타임즈>는 그를 '38살 예비신랑 A씨'로 간단하게 표기했습니다. 대신 그가 일했던 하청업체 이름을 공개하며 사건 경위를 상세히 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 지난 3일 한국전력 직원의 감전사 재해를 다룬 MBC 보도. /MBC 누리집 갈무리
▲ 지난 3일 한국전력 직원의 감전사 재해를 다룬 MBC 보도. /MBC 누리집 갈무리
▲ 지난해 12월 27일  한국전력 직원의 감전사 재해를 다룬 세이프타임즈 보도 /세이프타임즈 누리집 갈무리
▲ 지난해 12월 27일 한국전력 직원의 감전사 재해를 다룬 세이프타임즈 보도. /세이프타임즈 누리집 갈무리

다시 MBC 보도입니다. MBC는 이날 첫 보도 이후 연이어 후속 기사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여전히 감전사 관련 기사는 '단독'입니다. 이쯤 되면 어디가 단독 보도인지 헷갈립니다. 최초 보도를 한 김창영 <세이프타임즈> 기자는 "처음 사건을 취재할 때 기사화된 게 없었고 다른 언론사들은 아무도 모른다고 들었다"며 "MBC에서 먼저 취재했을 수도 있지만 우리 기사가 먼저 나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같은 사고를 나중에 보도했으니 단독이 아닌데 굳이 단독을 붙인 셈입니다. 이와 관련해 MBC 견해를 듣고자 연락을 취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MBC가 언제 취재를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기사 제목에 '단독'을 쓰면서 관련 기사 유무를 확인했을까요? 그것과 관계없이 이번 보도가 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끈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위험을 외주화한다는 구조적인 문제를 알리기에도 충분했습니다. 단지 단독 기사였기 때문일까요? 어쩌면 단독은 언론만 신경 쓰는 철 지난 자화자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제목에 '단독'을 붙인 기사가 쏟아집니다. 단독이 지닌 파급력이 여전히 유효한 집단은 아무래도 언론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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