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회적기업 인증 받아
코로나 여파로 사업 유지 난항
원예교실 등 시 공모사업 주력
지원 기관 없는 아쉬움도 전해

"모두가 함께하는 여행이 뚜벅투어가 생각하는 공정여행입니다."

'신나게 걷자!'는 구호를 가진 사회적기업 ㈜공정여행 통영뚜벅투어는 지난해 11월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았다. 지난해 경남에서 인증받은 31개 사회적기업 중 유일한 여행업체다. 차미옥(61) 대표는 투벅투어에서 지역 공동체 의식을 복원하고 싶어 한다.

지난해 통영시 봉숫골 마을주민들과 원예교실을 꾸렸다. 적은 예산과 규모에서 시작한 지자체 지원 사업이었지만 차 대표는 그 이상으로 일궈낸 것이 많다.

차 대표가 뚜벅투어 사무실 한편에 놓여있는 고무나무, 황칠나무를 가리켰다. 봉숫골 마을주민과 만들어 온 공동체 의식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차 대표는 "원예교실은 1년 사업이다. 한 해 사업을 마무리하고자 11월 27일에 황칠나무를 나눠주는 행사를 열었다. 그때 고무나무를 키우고 싶다던 주민이 있어서 준비해뒀다"라고 말했다. 행사가 끝나도 주민과 소통하고 있다.

원예교실은 원래 마을 주민을 골목대장으로 만들어주자는 취지였다. 동네에 쓰레기가 늘고 그나마 있던 꽃식물을 도둑질하는 사례가 늘어 이를 방지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때 차 대표는 오히려 담을 허물자고 제안했다. 차 대표는 "도둑 막자고 담을 세워 꽃을 숨기기보다, 꽃 한 송이 주자는 마음이다. 그게 진짜 꽃 도둑이 없어지는 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봉숫골 골목정원을 시작으로 마을정원을 만들고, 미륵도 전체를 섬정원으로 만드는 것이 차 대표의 바람이다. 정원을 가꾸는 일은 마을주민에게 소일거리도 되고 집 밖으로 나와 서로 안부도 물을 수 있게 됐다.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가는 공동체 의식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차 대표는 원예교실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마을주민, 노인들과 함께하는 일에서 수익구조를 찾고자 고민하고 있다. 연령대가 높은 마을주민과 함께하면 장점이 많다. 인내심이 있고 기본적 소양이 있어서 어떤 일을 맡겨도 해낸다는 점이다. 여기에 해설 설명사, 안내, 서비스 교육 등만 받으면 마을 안내 길라잡이에 최적화된 전문인력이 된다.

뚜벅투어로 이름 붙여놓고 왜 꽃을 심었느냐고 물으니 코로나19가 떠올라 저절로 한숨을 쉬었다. 차 대표는 2019년 예비사회적기업이 되고 나서 활개를 펼치려던 찰나에 코로나19 유행이 돌았다. 3~4인 소규모 여행은 이익이 남지 않았다. 지난 2년간 10명 이상 모이는 걸 상상할 수 없었으니 다 같이 어울려 노는 게 좋은 차 대표는 그저 답답했다.

▲ 차미옥 ㈜공정여행 통영뚜벅투어 대표가 통영시 봉평동 사무실 앞에서 마을을 바라보고 있다. /주성희 기자
▲ 차미옥 ㈜공정여행 통영뚜벅투어 대표가 통영시 봉평동 사무실 앞에서 마을을 바라보고 있다. /주성희 기자

대신 통영에서 통영을 갖고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보자고 다짐했다. 사무국장과 머리를 맞대 통영시 공모사업으로 도시재생에도 일부 참여하기로 했다. 또 문화우물사업과 용역사업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하는 수 없이 여행업 외 다른 사업으로 올린 매출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사회적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응원을 하기도 하고 생소해하기도 한다. 한편에서는 자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

이에 차 대표는 "허허실실하고 있는 것 같아도 온 힘을 다해서 하고 있다. 현재 우리 기업은 3년째 대출을 받아오고 있고 인건비로 다 쓴다"고 말했다.

차 대표 월급은 40만 원이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고자 어쩔 수 없이 측정해야 하는 최저금액이다. 원래는 이마저도 받지 않으려고 했다. 회사에 빚을 지는데 대표가 많이 챙겨서 무엇하냐는 것이다.

월급을 바라지 않는 차 대표가 바라는 것이 하나 있다. 통영시에 사회적경제를 책임질 기관이 생기는 것이다. 군 단위에도 있는 사회적경제 지원 기관이 통영에 없으니 아쉽다.

차 대표는 "통영에 사업 소재가 좋고, 열정 있고 착하고 좋은 사람이 많다. 사회적기업을 하기에 최적의 인물들인데 몰라서 못 하고 있다. 내가 일일이 가서 말해줄 수도 없고…"라며 아쉬운 마음을 표현했다.

▲ 지난해 ㈜공정여행 통영뚜벅투어에서 진행한 원예교실에 참여한 마을 주민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뚜벅투어
▲ 지난해 ㈜공정여행 통영뚜벅투어에서 진행한 원예교실에 참여한 마을 주민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뚜벅투어

차 대표가 다른 사회적기업을 보고 힘을 얻고 희망을 얻었듯이 뚜벅투어가 다른 기업과 주민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 통영에서도 공정여행으로 끝까지 해낼 수 있다는 것, 지역에서 사회적기업으로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차 대표는 "주변에서 빚을 어떻게 청산할 거냐 묻는다. 내가 끝까지 책임질 것이다. 만약 어쩔 수 없이 중단하게 되면 집을 팔아서라도 빚을 갚을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뚜벅투어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뚜벅투어는 이름처럼 오늘도 사회적기업으로서 지역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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