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동 농장에서 한 지적장애인이 34년간 노동력을 착취당한 사건이 드러났다. 그가 농장에서 보낸 시간은 내가 지금껏 살아온 시간과 같아 더 먹먹했다. 알고 보니 아내는 남편을 농장에 보내며 농장주와 계약을 맺었고, 이제껏 내버려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져야 했을까.

농장주와 피해자 아내를 악마화하는 일은 쉽다. 하지만, 그뿐일까. 아내 역시 뇌병변 장애인이다. 부부는 하동에서 부산으로 이주한 뒤 자녀를 키우면서 먹고살 길이 막막했다. 아마 지적 장애인이 취업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남편을 다시 하동으로 보낸 이유다.

경남장애인옹호기관 조사에서 아내는 생계급여·장애인연금이 끊길까봐 행정에도 말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비장애인 가족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자기변호도 없었다. 조사기관은 본인이 저지른 일이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도 인식 못 할 만큼 사회성이 떨어져 있었다고 판단했다. 가족 방임 가해자면서, 장애인을 향한 사회적 방임의 피해자이기도 한 셈이다.

미셸 푸코는 저서 <광기의 역사>에서 근대사회가 장애인을 치료가 필요한 대상으로 분류하고, 격리해온 흐름을 밝힌 바 있다. 2022년을 맞은 지금 장애인을 향한 사회의 인식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올해 정부는 장애인 자립을 위해 탈시설 이정표를 세웠고, 창원시도 관련 조례를 만들었다. 마지막 국회에서 저상버스 의무화 법안도 통과됐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많은 곳이 장애인 고용 의무를 이행하는 대신 부담금을 내고 있다. 근본적인 인식 개선 없이 제도로만 풀 수도 없는 문제다. 변해야 할 사람들은 장애인이 아니라 비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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