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도 도자도 불순물 거르는 공정이 중요
유권자는 '정치 예술품'만들어내는 장인

쿠데타, 해체. 새해 벽두부터 오르내리는 말들을 보니 을씨년스럽다. 전염병에 심신은 지쳤는데 정치판은 더 괴롭게 한다. 그래도 3월 9일 대통령 선거에 이어 석 달 뒤 6월 1일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 우리가 살아갈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기회지만 불안한 것 또한 사실이다.

새해 첫 신문을 어떻게 만들지 논의하면서 1면에 어떤 사진을 실을지 고민했다. 코로나 시국에서 가장 중요한 공동체와 연대를 위해 내세웠던 기치 '공존이 생존'은 중요한 선거가 잇따라 있는 올해에도 유효하다고 봤다. '공생' 의미를 담은 모습 중에 벌건 쇳물이 끓는 용광로, 그리고 불가마를 떠올렸다. 활활 태워 못 쓸 것들을 모두 제거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과정, 혹독한 시기를 이겨내는 열기를 전하고 싶었다. 코로나를 함께 견뎌내는, 그리고 선거를 앞둔 우리에게. 불멍하며 복잡한 심산을 정화하고 평안을 찾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다.

선거를 용광로에 비유한다. 사회 곳곳에 있는 온갖 모순과 갈등, 각계각층에서 쏟아지는 목소리, 욕지거리와 비난까지. 모든 것을 분출하는 시기가 선거다. 아무 때나 아닌 4~5년마다 열리는 장이다. 그래서 선거판은 시끄럽고 혼란스러워 보일 때도 있다.

정당과 후보들만 주연이 아니다. 시민은 주인공이다. 최종 선택하는 투표 행위뿐만 아니라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책을 쇠라고 한다면 만드는 공정은 중요하다. 철광석을 부숴 응축하고, 코크스와 혼합하고, 1000도가 넘는 열로 용광로에서 녹여 쇠를 만든다.

그런 공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쇠는 부실할 수밖에 없다. 부스러지고 필요 없게 된다. 불순물을 제거하고 제강, 필요에 따라 압연을 거쳐야 쓸모있는 쇠가 된다. 유권자 요구와 후보자가 어우러지는 과정이라 볼 수 있겠다. 다음 선거까지 제대로 약속을 지키는지 감시하는 것은 담금질이라 하고 싶다.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도 선거에 빗댈 수 있겠다. 불순물을 걸러내고 기포를 제거하며 흙을 반죽해야 한다. 이 과정은 도자기 수명을 좌우한다. 빚은 것을 말릴 때 급한 마음에 볕에 내놓았다간 금이 가버린다. 가마 불은 너무 세거나 약해서도 안 된다. 가마 앞을 늘 지켜야 한다.

색을 입히거나 조각하고 유약을 바른다. 재벌구이도 거친다. 여러 공정을 거쳐 불가마에서 나온 도자가 모두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이 흐트러지면 도루묵이다. 애써 만든 걸 깨버려야 할 때도 있다. 그래서 도자기를 흙과 불, 사람의 정성이 조화를 이룬 작품이라 한다.

돌로 쇠를 만드는 과정, 흙으로 도자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선거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조연이 아니라 주인공이다. 단순히 표를 찍는 객체가 아니라 강철을 굳혀내고 도자기를 구워내는 주체다. 우리 삶을 위한 정치 예술품을 만들어내는 장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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