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정책도 입맛 따라 평가 기준 딴판
도시개발 때 시민 불편 가벼이 여기기도

종종 무거운 질문이 던져질 때 매우 가볍게 넘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돌이켜 보면 조국 전 법무부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의 딸 표창장 위조 사건은 어떤 결과를 남겼나. 이 사건이 공론화됐을 때 나는 사회에 만연한 입시 비리 문제가 대폭 개선되리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근본 문제인 입시 과정 비리를 뿌리뽑는 건 뒷전이고, 기막힌 결말은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정치 공방뿐이었다. 실제로 횡행하며, 물증은 없지만 심증이 가득한 주변 지식인들 자녀 입시 과정 비리는 묻히고 덮였다.

현재 대선 후보를 바라보는 사람들 시각도 지극히 가볍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언행과 가족 리스크에 따라 매일같이 지지도가 널을 뛴다. 두 후보 정책을 조목조목 비교해서 지지 인물을 선택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지지자들은 지지 후보가 어떠한 흠결이 있더라도 참을 수 없이 가벼운 가짜뉴스로 분칠한다. 심지어 국민 대다수에게 혜택 주는 정책을 내놓는 정부여도 자신 부동산과 재테크(또는 세테크)에 조금이라도 불이익을 주면 바로 불신의 타깃으로 바뀐다. 똑같은 정책을 두고도 내 입맛에 맞는 정권이냐 아니냐에 따라 잣대가 달라지고 줏대도 없어진다.

지역에서도 결코 가볍게 생각해선 안 될 일들이 일어난다. 공장이 많은 김해지역에서는 노동자 사망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지난해 11월에 김해 한 육포 제조 사업장에서 50대 노동자가 끼임 사고로 숨졌고, 한림면 공사 현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에어컨 실외기 연결 작업을 하던 중 6m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짧은 사건 기사로 알려지긴 하지만 또다른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장치 마련과 사회 인식 개선은 더디게 진행된다. 다행히 김해시는 중대재해예방팀을 만들어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고 있긴 하다.

김해에는 도시개발을 빠르게 추진하면서 지역민과 행정 갈등도 잦다. 최근 장유 무계지구와 신문지구에 우후죽순 아파트 개발이 이뤄지자 학부모들은 초등학교 학구 조정을 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한다. 하지만 뚜렷한 해법 찾기는 쉽지 않다. 시는 도시개발을 빨리 진행해서 지역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선택을 했는데, 교육청에선 도시개발계획을 미리 협의했다면 과밀학급 해소나 학구 조정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김해시는 2035도시기본계획에 반영된 안동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며 대형 물류센터를 허가해줘 학생 통학로 안전사고 우려가 있다는 지역민들 볼멘소리를 듣고 있다. 허가 전에 지역구 시의원도 알지 못했고, 지역민도 까맣게 몰랐다. 도시개발에 무게를 싣다 보니 예상되는 시민 불편을 너무 가볍게 여긴 건 아닐까.

이처럼 가벼운 선택들은 무거울 때와 가벼울 때를 신중하게 헤아리는 혜안을 갖춰야만 점점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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