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in공간 총괄기획단장 맡아
국악 정형화된 틀 깨고자 노력
연극 요소 접목 연희 등 선봬
"전용 소극장 만드는 게 목표"

"국악 전용 소극장 만들기, 고민이자 목표입니다."

박상아(34)는 창원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청년 국악인이다. 현재 전통 문화예술단체 '예술in공간' 총괄기획단장을 맡고 있다. 때로는 젠더·연령·전공보다 현재 스스로 갖는 질문이나 고민을 묻는 게 상대를 잘 드러내는 표현이 된다. 정제된 질문을 뛰어넘는 거침없는 답변이 인터뷰 내내 이어졌다. 박상아 타악 연주자를 지난달 29일 진해야외공연장 연습실에서 만났다.

◇젊은 시선, 젊은 가락 = "국악 하면 대부분 판소리를 떠올립니다. 딱딱하다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관객들이 만난 국악 공연이 다양하지 못했고, 공연장 현실을 봐도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왜 국악을 지루하다고 생각할까.' 그는 이 질문을 달고 살았다. 국악 하면 떠올리는 정형화된 틀을 깨고 싶었고, 깨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 박상아 타악 연주자가 총괄기획단장으로 있는 예술in공간의 창작 초연작 '복개천 포장마차'.  /예술in공간
▲ 박상아 타악 연주자가 총괄기획단장으로 있는 예술in공간의 창작 초연작 '복개천 포장마차'. /예술in공간

그가 몸담고 있는 '예술 in 공간'은 2014년 창단했다. 20~30대 단원이 주축을 이룬다. 연희·풍물·타악·판소리·무용 전공자들로 지역 출신 젊은 국악인이 모여 활동한다.

지난해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지원하는 공연장 상주단체 사업에 참여한 유일한 국악 분야 단체다. 레퍼토리 개발, 초연 작품을 올리는 일을 총괄기획단장인 그가 주도했다.

가무악 세 가지 요소를 세분화해서 다채로운 색깔 있는 국악을 선보이는데 주력했다.

"'가'는 노래인데요. 창극은 관객들도 익숙지 않아 하지만 한 번 보고 나면 이해하고 즐기기 시작합니다. '무'는 전통 무용가들이 대체로 엠아르(녹음된 음악) 반주에 맞추어 춤을 추는데 라이브 연주를 기본 전제로 준비를 합니다. 장단과 춤을 동시에 즐기도록 하는 거죠. '악'은 연희를 기본으로 하는데 해학·풍자를 녹이기에 가장 좋습니다."

◇소수로 치닫는 국악 현실 = "경남에는 국악 전공이 개설된 대학이 하나도 없습니다. 대구·경북에 있는 국악과를 가거나 서울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거죠. 자생력을 갖춘 국악단체가 지역에 몇 개 남았을까요?"

박상아는 진해에서 나고 자랐다. 집안 잔치 때는 풍물이 빠지지 않았다. 진해 안골에 사는 할아버지 영향이 컸다. 열 살 때 장구를 처음 치고, 중학교 때는 동아리에서 꽹과리를 잡았다. 진해고를 졸업한 그는 서울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지역에는 국악학과가 없었다.

그의 표현대로 '서울 유학 생활'을 했다. 중앙대 국악대학 음악예술학부를 졸업하고 다시 진해로 향했다.

"지역에 전통음악을 기획하는 인물이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즐기는 무대를 만들자, 서울 유학생활을 하면서 공부만 했겠습니까. 조명·음향 각종 아르바이트를 가리지 않고 했지요.(웃음) 연주자로 무대에 오르기도 하지만 무대를 기획하는 일에 더 매력을 느꼈지요."

박상아는 국악 공연은 대부분 왜 무료인지 반문한다. 유료화를 끊임없이 시도한다. 대관을 허락한 곳에서는 객석 채우기에 급급해 무료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일쑤라 번번이 협의를 하거나 때로는 싸워야 하는 상황도 빈번하다.

"2018년 '젊은 시선 젊은 가락' 기획 공연 때였어요. 1만 원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창원문화재단과 협의하는데 결국 3000원을 받았어요. 무료면 관객이 더 많이 올 거라고 착각하는 거죠."

▲ 타악 연주자 박상아. 예술in공간 총괄기획단장을 맡고 있다. /예술in공간<br /><br />
▲ 타악 연주자 박상아. 예술in공간 총괄기획단장을 맡고 있다. /예술in공간
 

◇정해진 틀 거부하며 지내 = '예술 in 공간'. 단체 이름이 국악단체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그는 국악답다는 게 정해져 있는 것이냐고 되묻는다. 각종 지원 사업에 참여하고자 서류를 통과한 이후 프레젠테이션 심사 과정에서 심사위원과 언쟁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창작 초연을 선보인 '복개천 포차'는 연극적 요소를 빌려온 연희였는데요. 국악답지 않다고 심사위원이 말하는데 제가 심사위원한테 다시 물었습니다. 꼭 한복을 입고 공연해야 국악이냐고, 당신이 생각하는 국악은 무엇이냐고."

국악인으로서 전승·보전 의미를 잊고 살 수는 없다. 공연은 최대한 국악의 틀을 벗어던지는 데 골몰하지만, 지역의 무형자원을 찾고 일구는 일도 중요하게 여긴다. 진해문화원 부설 연도여자상여소리 전통상례보존회와 함께 작업하는 일이 대표적이다.

진해 연도 전통장례 즉, 상례는 앞소리를 여성이 한다는 점과 행상이 섬에서 섬으로 이뤄진다는 점이 독특하다. 1981년 12월 마지막 상여가 나간 후 맥이 끊겼다. 보존회는 지난해 9월 '1회 연도여자상여소리 학술세미나·시연회'를 열어 역사성과 희소성을 바탕으로 경남도 무형문화재 지정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 문화재로 지정받으려면 상여소리 전승 맥락을 고증해 문화재로서 가치를 확보하고, 장례절차로 보이는 연희적 요소를 부각한 공연 콘텐츠 발굴도 필요하다. 이러한 연도여자상여소리 보존·전승 과정에서 박상아 역할이 작지 않다. 2019년 9월 예술in공간 주최로 창작마당극 '연도댁이야기'를 연출해 진해야외공연장에서 첫선을 보였고, 2020년에도 공연을 이어갈 계획이었으나 코로나로 연기됐다.

그는 또 국악을 알리는 교육 사업을 느티나무장애인주간센터와 함께 진행했다. 창원문화재단 진해문화센터 진해야외공연장 상주단체로 지내면서 공간을 활용해 주 2회 이상 가야금·난타 놀이를 했다. 2020년 정기공연 때는 이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합주를 펼쳤다.

"2010년쯤 일본에 가서 공연을 봤는데, 할아버지와 손자가 대부분인 겁니다. 일본식 전통가옥 가부키 공연장에도 젊은이는 보이지 않았죠. 물어보니 저 손자가 세월이 흘러 할아버지가 되면 손자 손을 잡고 전통 공연을 다시 찾아온다고 말하더군요. 그 말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창원에서 국악 전용 소극장을 짓는 게 목표라고 말하는 박상아. 자꾸 입으로 내뱉는다. 그래야 혼자만의 약속이 아닌 주변 사람과 함께 도모하는 약속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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