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어둑새벽 불현듯 뇌리를 스쳐 핀 작은 화두(?) 한 잎을 얻었습니다. '지난해 신발 눈여겨보기'! 모처럼 잎인 양 핀 발상을 잃을까 봐 조용히 나가 신발장 문을 열었습니다. 신발에 담겼던 발들이 옮겨 다닌 발자취가 신발 밑창마다 역사로 닳아 있었습니다. 그 모든 발자취에 대한 계(誡)인 백범 김구 선생의 애송시 <야설(野雪)>도 훈계인 듯 엄한 환청으로 묻어 있었습니다.

'눈 덮인 들판을 지나갈 때엔/함부로 걷지 말아라/오늘 내 발자국은/마침내 후세들의 길이 될지니'-'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부수호란행(不須胡亂行)/금일아행적(今日我行跡)/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춘추필법의 얼이 절륜한 <사기(史記)> 한 대목. '동곽선생이라는 이가 있었다. 그는 해진 옷을 입고 낡은 신발을 신고 다녔다. 눈이 덮인 길을 밟고 가면 발가락이 모두 찍혔다. 신은 다만 발등을 덮을 뿐이었다.' 옷깃이 절로 여미어집니다.

 

정일근 시인의 글 중 <길> '한 해의 백지 위에

풀씨 같은 기도문을

적으며 길을 시작한다'!

그 산문

자체마저 시(詩)이듯

새해 온 삶이 아름답길….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