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 생물다양성 보전 목적
창원 시민생물조사단 참여
614생물종 관찰·2487개 기록
업사이클 제품 제작 활동도

기후위기 시대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길을 알려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실천이 소소해 보이겠지만, 어쩌면 한 사람의 삶이나 동네의 생활방식을 바꾸는 거대한 움직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주변 '기후시민'을 만나봅니다.

'2021 창원시 시민생물조사단'이 지난달 13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활동보고회를 열었다. 2020년 4월 창원 대원동에 있는 람사르생태공원 연못에서 두꺼비 올챙이가 발견돼 공원과 인근 하천 생태계 연구가 필요해졌다. 특히 양서류는 기후위기 시대 생물종 변화에서 가장 먼저 영향을 받고 있어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보호해야 했다. 마산만 수질 개선, 도심 하천에서 잇따라 확인되는 은어와 연어 서식활동도 시민생물조사단이 꾸려진 배경이 됐다.

지난해 진행된 조사단 활동은 시민들이 함께해 의미가 컸다. 더구나 창원시, 창원대 LINC+(산학협력 선도대학)사업단, 경남도람사르환경재단, 창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 경남양서류네트워크, 창원YMCA, BNK경남은행, 해성디에스, 현대위아, 덴소코리아, 무학 등 민관산학 협력 결과물이었다.

▲ 이지은(41) 씨와 김가영(10), 서영(8), 도운(5) 등 세 남매가 지난해 창원시 시민생물조사단 활동 중 사진을 찍고 있다.  /이지은 씨
▲ 이지은(41) 씨와 김가영(10), 서영(8), 도운(5) 등 세 남매가 지난해 창원시 시민생물조사단 활동 중 사진을 찍고 있다. /이지은 씨

참가자 71명과 강사 10명 등 모두 81명이 10개 조로 나뉘어 창원천, 남천, 람사르생태공원 등 도심에서 다양한 생물 서식지와 먹이활동을 살펴봤다. 3~11월 현장 조사는 19차까지 진행됐다. 창원 사림동에 사는 이지은(41) 씨도 조사단에 참여했다. 김가영(10·봉림초 3학년), 서영(8·봉림초 1학년), 도운(5) 등 세 남매도 엄마의 요청에 기꺼이 응했다.

조사단은 '네이처링'(NATURING) 앱으로 활동 내용을 기록했다. 쇠딱따구리, 큰개불알풀, 히야신스, 냉이꽃, 북방산개구리, 흰뺨검둥오리, 누룩뱀 등 관찰한 생물종만 614종, 관찰 기록만 2487개다.

이 씨는 "걷거나 운전하면서 그냥 지나쳤던 하천인데, 이렇게 많은 생물이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여유를 갖고 잠시 돌아보면 소중한 자연이 아주 가까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천 생태계를 보전하고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나만 아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에 더 많이 알렸으면 하고, 많은 사람이 함께 활동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지은(41) 씨와 김가영(10), 김서영(8), 김도운(5) 등 세 남매는 지난해 창원시 시민생물조사단 활동에 참여했다. /이동욱 기자
▲ 이지은(41) 씨와 김가영(10), 김서영(8), 김도운(5) 등 세 남매는 지난해 창원시 시민생물조사단 활동에 참여했다. /이동욱 기자

이 씨는 2020년부터 마을 책방과 공동체 활동을 이끌고 있다. '사부작함께 책방 마을교육공동체' 대표이기도 하다. 사부작은 '사람과 책(Book)이 만드는(作) 공간'이라는 뜻이다. 책방에서는 동네 주민들이 함께 기후 그림책을 읽고 토론하고, 업사이클링(Up-cycling·새활용) 제품도 만들고 있다. 지난해 경남도 지원으로 50가지 새활용·재활용 제품을 소개하고 전시하는 '기후대응 작은 실천 마을에서 시작 우리 모두 사부작 함께 실천하자 - 우리동네 업사이클 리사이클 이야기+50'을 진행했다.

이 씨는 "책방이나 공동체 활동도 이웃과 함께 지속적으로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며 "앞으로 기후·환경이 제일 문제인데, 시민생물조사단도 꾸준히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들도 조사단 활동으로 많은 생물을 보는 첫 경험을 했다. 가영 양은 "처음 본 생물도 있고 책에서 본 것도 있는데, 실제로 보니 책보다 생생하고 신기했다"고 말했다. 서영 양은 잠자리 유충, 다슬기, 올챙이, 도롱뇽 알 등을 떠올렸다. 하천에 들어가서 바위 밑도 뒤져보고 무심코 스쳐 지나갔던 식물의 이름도 알게 됐기에 세 남매는 다음에는 주변 친구나 동생에게 함께하자고 제안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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