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부터 약 2주간 포털에 꾸준히 오르내린 기사가 있습니다. 바로 '승무원 룩북' 성상품화 논란 보도입니다. 언론은 잇따라 기사를 쏟아냈지만 되레 유튜브 영상은 확산됐습니다. 언론이 성상품화를 우려하는 척하며 선정적 제목과 이미지를 앞세웠기 때문입니다.

유튜브에서 룩북은 패션 코디법을 소개하는 영상을 뜻합니다. 이달 초 한 유튜버가 '승무원 룩북' 영상을 올렸고 이 영상이 특정 직업군을 성상품화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첫 보도가 등장합니다. 뒤이어 20일과 22일에는 유튜버가 전신을 노출한 영상과 입던 속옷 등을 판매한다는 기사도 나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제공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를 활용해 '승무원 룩북' 보도량을 확인해봤습니다. 범위는 13~24일 19개 서울지역 일간지와 경제지 보도 중 제목과 본문에 '승무원 룩북'이 포함된 기사를 검색했습니다. 결과는 12일 동안 총 61건으로 하루 평균 5건 이상 보도됐습니다. 언론이 이토록 꾸준히 보도한 이유는 성상품화가 우려됐기 때문일까요? 보도된 기사를 뜯어보면 그 반대라는 느낌이 듭니다. 다음은 첫 보도 당시 나온 기사 제목입니다.

△'속옷 차림' 등장부터 파격…승무원 유니폼 '성상품화 논란', 이 여성의 정체(매일경제) △"속옷도 보여준다" 제복+하이힐 코디 룩북…승무원 '성상품화' 논란(세계일보).

노출 영상 판매를 보도한 기사에서도 자극적 묘사는 이어집니다. △"속옷까지 다 벗어"…'승무원 룩북' 유튜버, 고발당했다(한국경제) △"돈내면 알몸도"…'승무원 룩북녀' 성매매특별법 고발당해(국민일보).

이후에는 성상품화라는 본질적 문제는 뒷전이 된 듯 제목을 답니다. △"돈 내면 입던 속옷 준다"…고발된 '승무원 룩북' 유튜버 새 의혹(중앙일보) △"입던 속옷 드려요"…고발당한 '승무원 룩북' 유튜버, 황당 이벤트(머니투데이).

자극적 이미지 활용도 놓치지 않습니다. 총 61건 기사 중 48건이 승무원 복장 사진을 고집스럽게 선택합니다. 특히 한국경제는 제목부터 이 이미지를 강조해 클릭을 유도합니다.

"속옷부터 보정 없이…" 승무원 룩북 영상, 성상품화 논란 [영상](한국경제).

▲ 13일 한국경제가 보도한 승무원 룩북 성상품화 논란 기사.  /갈무리
▲ 13일 한국경제가 보도한 승무원 룩북 성상품화 논란 기사. /갈무리

물론 제목에서 강조한 영상은 특별한 노출 없이 팔을 조금 움직일 뿐입니다. 이를 두고 박신 기자는 "제목에 빠지지 않고 속옷, 알몸 등 자극적인 단어를 썼다"며 "언론이 되레 성상품화를 반복하는 것 아닌가 의문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어쩌면 언론이 걱정한 것은 성상품화보다 자극적 보도를 하지 않았을 때 놓칠 조회 수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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