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명소 폐쇄·신년행사 취소
친구·가족과 집에서 새해 맞아
곳곳서 노동 이어가는 도민도

확진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해돋이와 함께하는 세밑 풍경도 요원한 상황이다. 경남도와 각 시군은 주요 해돋이 장소를 전면 폐쇄한다. 바뀌지 않는 것은 다시 한번 힘내자는 마음들이다. 도민들은 각자 다른 공간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새해를 맞이할 계획이다.

◇신년행사 취소·해돋이 장소 통제 = 일상회복을 향한 기대는 확진자 증가와 함께 실망으로 바뀌었다. 전국적으로 방역 지침이 강화됐고, 올해도 해돋이 구경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남도와 각 시군은 신년맞이 행사를 취소하고 주요 해돋이 장소를 폐쇄했다.

창원 용지공원, 진주 진주성, 양산 양산종합운동장, 창녕문화예술회관 등 제야의 종 타종 행사는 모두 취소됐다. 매년 열렸던 해돋이 행사도 마찬가지다. 창원 진해루, 통영 이순신공원·서포루·북포루·도산 수월치, 밀양 종남산·추화산·만언산·당말리 공원·용궁사, 의령 솥바위·미타산, 남해 상주면, 사천 삼천포·남해 대교, 거창 감악산 등은 전면 통제된다. 각 시군은 주요 길목에 통제선을 설치하고 현수막을 건다. 주요 장소에는 경찰력도 배치할 전망이다. 안재명 경남도 사회재난과 주무관은 "확산세 저지를 위해 될 수 있으면 올해 해돋이 구경은 자제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라고 전했다.

◇집에서도 의미 있는 연말 = 연말을 맞아 모처럼 먼 곳에 사는 친구들과 잡았던 약속도, 떠오르는 해와 함께 새 출발 하고 싶었던 마음도 접어둘 수밖에 없다. 아쉬운 상황이지만, 도민들은 저마다 의미 있는 방법으로 연말을 보낼 계획이다.

윤정미(44·창원시) 씨는 "아이가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어 평소보다 더 조심스럽다"라며 "이번 연말은 가족끼리 조용하게 보내려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고,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돼 마스크를 벗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김해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박은아(34·김해시 관동동) 씨는 1년에 한 번 있는 겨울 방학을 일부러 연말에 맞췄다. 이전 같으면 좋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겠지만, 올해는 집에 있을 예정이다. 물론, 친구들과 함께다. 박 씨는 "친구 3명이서 오랜만에 모여 맛있는 것도 먹고, 속 얘기도 나누며 재충전할 생각"이라며 "새해에는 가족과 주위 분들 모두 잘 풀리고, 좋은 사람도 만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각자의 일터에서 다잡는 마음 = 지석주(30·창원시 대방동) 씨는 올해 마지막 날 오랜 친구들과 함께 저녁 연극 무대에 오른다. 의도한 일은 아니지만, 금·토 공연이다 보니 성탄전야도 성탄절도 무대에서 보냈다. 평소 연말이면 여행지에서 친구·연인과 새해 초읽기를 즐겼지만, 그에 못지않게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 셈이다. 지 씨는 "코로나 때문에 자칫 우울한 분위기로 지나갔을 시간을 사람들과 바쁘게 보낼 수 있어서 오히려 좋다"라고 말했다. 그는 "새해에는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라며 웃었다.

최영학(양산 물금읍·39) 씨는 배달노동자다. 배달 업계는 성탄절, 연말이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다. 남들처럼 가족과 보내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최근 운 없이 난 사고로 나온 이륜자동차 수리비가 만만찮다. 대행업체에 남는 차량을 빌려, 마지막 날에도 시동을 걸 생각이다. 최 씨는 "내년에는 마흔이 되는데, 배달노동자들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고, 날씨도 따뜻해졌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새 일터 출근을 기다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연말을 보낸다. 최근 가고 싶었던 회사에 합격한 ㄱ(28) 씨는 "처음 만날 동료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다"라며 "미리 피부 관리도 받고, 단정한 옷도 사러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취업준비 기간에 심적으로 힘들었고, 코로나로 스트레스 풀기도 어려웠는데, 연말에 일이 잘 풀려 다행"이라며 "내년에는 좋은 일만 있을 거라고 믿고, 마음을 다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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