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이익나눔 태양광발전 추진
이달 태양광발전소 공사 시작
수익 나면 조합원에게 배당
"마을발전기금으로 활용 가능"

기후위기 시대 재생에너지 확대는 공공기관과 기업의 책무다. 여기에 주민 참여가 더해지면 재생에너지 활성화도 그리 멀거나 어려운 과제가 아니다. 동네 주민들이 태양광발전 사업을 주도하는 공동체를 형성해 거둔 이익을 나누고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려는 시도가 올해 창원에서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 9월 창립한 창원시민에너지협동조합이다. 안명선(53) 초대 이사장을 만났다.

안 이사장은 애초 태양광발전을 부정적으로 봤다. 모듈을 잘못 설치하면 누수로 이어지고 폐기도 어렵다는 '카더라' 뉴스만 알고 있었다. 그간 대학 강의와 사회적기업 활동을 하면서 환경에도 관심을 두고 있었기에 2017년 큰 마음을 먹고 창원 신월동 주택 지붕에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했다. 남편과 아들 둘을 포함해 4인 가족이 사는 집은 서향이어서 7∼9월 여름철 에어컨 사용이 잦았고, 석 달간 합쳐서 많으면 120만 원까지 전기요금이 나왔다. 하지만 태양광 설치 이후에는 10만 원대까지 낮아졌다.

안 이사장은 이 같은 경험을 나누고 싶었다. 협동조합 이사장직을 수락한 이유다. 일상생활도 바꿔보자는 마음에 낡은 차는 전기차로 바꾸고 집에는 충전소를 설치했다.

▲ 안명선 창원시민에너지협동조합 이사장이 창원 우리누리청소년문화센터 지붕에 설치 중인 '창원시민에너지발전소' 공사 현장에서 사업 설명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 안명선 창원시민에너지협동조합 이사장이 창원 우리누리청소년문화센터 지붕에 설치 중인 '창원시민에너지발전소' 공사 현장에서 사업 설명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지난 9월 창원시민에너지협동조합은 창원시, 지역 에너지 기업인 경남에너지㈜와 '시민이익 나눔형 태양광발전 업무협력 협약'을 맺었다. 창원시 산하 건물 옥상과 주차장 등을 활용해 태양광 발전시설을 지어 수익을 시민들과 나누겠다는 포부다. 이미 창원시가 물색한 15곳 예정지가 있다.

조합원 1명당 10만∼2000만 원을 기본으로 총사업비 6억 원 가운데 2억 원 모금을 목표로 잡았다. 11월부터 조합원을 모집한 결과 130명이 넘었고, 1억 5000만 원 넘게 적립됐다. 특히 '시민이익 나눔'에 방점을 찍고 있다. 앞으로 태양광발전으로 발생하는 수익으로 매년 조합원 출자금의 5% 배당을 시행할 방침이다.

안 이사장은 "조합원 가입이 기부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기 판매(내년 수익 발생) 이후 배당 등으로 실제 시민들의 이익으로 이어지게 할 것"이라며 "경기 안산과 독일 보봉마을(Vauban) 사례를 봐도 재생에너지로 시민들이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 단순히 태양광을 확산하자는 운동 차원을 넘어 시민 이익을 고려하고 일상생활을 바꾸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창원 마산회원구 우리누리청소년문화센터에서 총규모 400㎾ '창원시민에너지발전소 1∼4호' 공사가 시작됐다. 오는 1월 중순 이후 준공식을 열 예정이다.

안 이사장은 "마을 단위로 시민에너지 인식을 키우고 실천했으면 한다. 작은 동네 단위로 협동조합이 설립되면, 그게 에너지 자립으로 가는 길"이라며 "여전히 에너지 취약계층이 많은데, 수익은 마을 발전기금으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조합은 창원지역 은퇴자를 중심으로 태양광 설치나 모듈 청소 등 정비와 관련한 일자리 창출도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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