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 대학교 교수인 저자
차별 조장하는 권위적인 물음 고발
사상 연계해 한국 사회 비판적 성찰
'당신은 이성애 합법화를 찬성하십니까.'
당신은 이런 질문을 받아 본 적이 있는가. 혹은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는가.
대선 주자를 비롯한 정치가,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질문이 있다.
'당신은 동성애를, 동성애 합법화에 찬성하십니까.'
책 <질문 빈곤 사회>를 쓴 강남순은 질문 뒤집기를 끊임없이 시도한다.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반인권적 질문을 비롯해 위계적이고 권위적인 물음을 고발한다.
미국 텍사스 크리스천 대학교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인 그는 책에서 이마뉴엘 칸트·한나 아렌트·자크 데리다 등 사상과 연계해 각종 사회 현상을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악을 '비판적 사유의 부재'라고 규정한 아렌트의 통찰은 지금 한국 사회에도 절실하게 필요하다. 사유의 부재를 통해 작동되는 의식 속에서 전체주의는, 혐오와 음모의 정치학을 확산시키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기 때문이다"(49쪽).
진정한 리더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 타인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리더인지 반문한다. 지도자가 아닌 더 나은 세계를 위한 설득의 예술가를 원하고 찾아내야 할 때라고 말한다.
"리더란 관계 맺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그들의 특징은 '첫째 이중적 보기 방식'을 지닌다. 즉 다양한 권력이 작동하는 곳에서 중심과 주변을 늘 함께 보면서 주변부까지 포용하는 사람이다. 둘째로 리더란 관계가 깨어지고 왜곡될 때 사실과 진실을 토대로 관계를 올바르게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 셋째로 리더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고 귀한 존재라는 것, 누구도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예민성을 가진 사람이다."(89쪽)
'제2의 신' 미디어는 도구인가 무기인가. 미디어는 수용자에게 특정한 정치인·정당·사회적 이슈 등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에 대해 갖게 되는 지식을 생산한다. 미셸 푸코 분석에 따라 권력이 지식을 만들며, 권력의 중심과 지식의 중심은 일치한다고 본다. 또한 미디어 권력은 두 가지 상충적인 기능을 품고 있다고 말한다. 공동선을 파괴하는 무기로 기능을 하거나 더 나은 사회로 만드는 데 이바지하는 민주적이고 창의적인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오랜 분단국가에서 그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만약 가능하다면 언젠가 남한과 북한의 국적을 모두 가지기 원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런 만약이라는 질문 자체를 위험하게 여길지도 모른다고 말하면서도 불가능할 것 같은 질문을 현실로 옮긴 사람을 소개한다. 바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다. 유대인인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나라의 국적을 세계 최초로 동시에 획득했으며, 독일에 거주하며 일하고 있다.
"이러한 소수의 존재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상이한 입장을 지닌 이들의 평화로운 공존을 가능하게 한다. '일치'란 모두가 똑같이 행동하고, 똑같이 생각하는 '동질성의 늪'으로 빠지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일치'란 서로가 지닌 상이한 입장을 인내심 있게 듣고, 토론하고, 차이를 좁혀나가는 지난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그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포용과 포괄의 원을 확장하는 '목적'에 동조하는 일치다."(282쪽).
성찰하는 삶은 제대로 된 질문하기에서 출발한다. 질문을 던져야 함께 답을 모색할 수 있다.
행성B. 353쪽. 1만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