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한국문학>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 여러 직업을 거치면서도 <극장이 너무 많은 우리 동네> <공중묘지> <멍게> <밤의 화학식> <2170년 12월 23일> 등 시집 5권과 <연탄도둑>이라는 장편동화까지 쓴 성윤석 시인이 첫 산문집 <당신은 나로부터, 떠난 그곳에 잘 도착했을까>(사진)를 펴냈다.

그동안 지은 시집 제목을 보니 그가 살아온 이력이 보이는 듯하다. <극장이 너무 많은 우리 동네>는 성 시인이 1990년대 초 문화부 기자 시절 영화(극장)를 담당하면서 경험한 마산 풍경을 얘기한 것일 테고, <공중묘지>는 서울에서 묘지관리인으로 일했던 경험이 녹아든 것일 터이다. 또 <멍게>는 마산어시장에서 일했던 경험이, <밤의 화학식>은 바이오 벤처 기업인으로 활동하던 시기의 삶이 배어 있을 것이다. 이런 성 시인의 경력을 두고 출판사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라고 소개했다.

처음으로 냈다는 이 산문집에는 시인의 어떤 모습이 담겼을까. "사람을 만났다. 오늘 몽골로 떠난다고 했다. 고비사막에 간다고 했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모래 늪에 잠기는 낙타의 눈을 생각했다./ 인생은 난해하고 사람은 복잡한 감정 수천 가지를 가진 기계이지만/ 나는 떠날 필요가 없는 사막에 산다."('사막' 전문)

산문이라고 하지만 운율이 살아 있는 운문 느낌이다. 글자 수 35개도 안 되는 산문도 있고 책의 3쪽에 이르는 글도 있다. 아무리 길어도 3쪽을 넘기지 않으니 읽기 지겹지 않다. 게다가 2~3장 넘기면 국내외 여러 곳에서 찍은 사진들이 징검다리처럼 채워주니 재미있기도 하다. 사진 최갑수. 쌤앤파커스. 207쪽. 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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