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는 남 일 쉽게 여기는 건 본성
민주당 수식어가 된 이유 고민해보니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내 일이다. 내가 하는 일이다. 뒤집어서 가장 쉬운 일은 네가 하는 일이다. 언젠가 자기 일만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누군가가 너무 얄미운 나머지 스친 생각이었을 테다. 네가 힘든 만큼 다른 사람도 힘들지 않겠느냐는 말에 기어이 공감하지 않는 태도가 거슬렸던 게 분명하다. 돌이켜보면 이기심을 비꼬려던 말이다.

나중에 사색할 여유가 생기자 같은 말을 되씹게 됐다. 내 일이 가장 힘든 것은 당연했다. 일을 시작하는 부담, 진행하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어려움, 반복되는 고단함, 안팎에서 쌓이는 갈등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자신이다. 남이 알아주면 좋으련만 그 남조차 자기 일이 가장 힘들다.

잘 알아서 힘들고 잘 몰랐기에 쉬웠을 뿐이다. '가장 힘든 일은 내 일'이라는 술주정에 후배는 자기 생각만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당연히 그는 이기적이지 않았다. 그에게 "너도 나만큼 힘들다는 것만 알면 지금보다 훨씬 대화가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 일이 가장 힘들다고 여기는 것은 감출 것 없는 본성이다.

따지고 보면 당연히 내가 하니까 로맨스다. 어렴풋이 느낀 호감, 조심스러운 눈길, 마음 구석구석을 뒤져 겨우 찾은 한마디, 살뜰한 배려와 공감으로 번지며 쌓이는 감정. 각자 처지야 어떻든 사람 사이 그 섬세한 감정 뜨개질을 불륜 같은 천박한 말로 단정 짓는 게 얼마나 몰상식한가. 다 몰라서 하는 말이다.

남들은 어떤가? 자기 처지도 모르고 주변 배려 없이 연애질이나 하고 앉아 있으니 애써 따질 것도 없는 불륜이다. 잘 알아서 로맨스고 몰라서 불륜이니 '내로남불' 역시 사람 본성에 해당한다.

그나저나 '내로남불'은 어떻게 더불어민주당을 수식하는 정치용어가 됐을까? 당연히 인간 본성에 해당하는 '내로남불' 저작권이 민주당에만 허용됐을 리 없다. 국민의힘, 정의당, 국민의당 등 주요 정당을 비롯해 기업, 종교, 단체 등 '내로남불'에 자유로운 사회적 주체는 없다. 그런데 유난히 민주당을 헐뜯는 수식으로 '내로남불'은 지나친 효능을 발휘한다.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오랜만에 만난 이혼한 선배에게서 실마리를 얻었다.

"살면서 내 잘못을 변명하지 않았던 때가 한 번 있더라. 남이 대신 변명해줄 때."

지난 26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 기자회견 소식을 전한 기사 제목은 이렇다. △김건희 "날 욕하더라도 남편에 대한 마음 거두지 말아달라"(중앙일보) △"남편에 얼룩될까 늘 조마조마… 남은 선거기간 조용히 반성"(조선일보)

게다가 26일 게재한 서울신문 온라인 뉴스 제목은 읽을수록 낭만적이다.

△검은 스카프, 이마 보이는 단발… 김건희, 국민 앞에 고개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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