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선 탓 종일 콜센터 통신장애
장애인들 예약 못해 이동 불편
도, 비상전원체계 등 대책 마련

#유진(46·진해) 씨는 28일 창원시내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창원 한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나서, 평소처럼 장애인 콜택시를 불렀지만, 예약할 수 없었다. 경남도 특별교통수단 콜센터가 문자도, 전화도 받지 않아서다. 유 씨는 추위에 4시간쯤 떨다 마산 쪽 자립지원센터 이동지원을 받고서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는 "휠체어가 저상버스에 잘 고정되지 않아 위험한 경험을 하고부터는 장애인 콜택시만 이용한다"라며 "마치 세상이 멈춘 것 같아 어찌할 바를 몰랐는데, 다른 분들은 더 고생하셨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김영순(47·김해 어방동) 씨 역시 이날 퇴근 2시간 전부터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대기 시간이 길어 미리 예약해두지 않으면 이용이 어렵다. 하지만, 콜센터는 먹통이었다. 예약 애플리케이션은 열리지 않았다. 막막한 심정이었지만, 겨우 택시를 탔다. 평소라면 택하지 않을 길이다. 휠체어를 옮기는 수고를 기꺼워하는 기사가 많지 않아서다. 김 씨는 예전 한 택시기사에게서 '왜 장애인이 택시를 타느냐'는 호통을 들은 일도 있다. 이날은 직장 동료의 도움으로 무사히 이동할 수 있었다.

이날 도내 장애인콜택시 예약이 불가능했던 이유는 특별교통수단 콜센터에 통신장애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본래 이용자는 문자·전화·애플리케이션이라는 수단으로 콜센터에 차량을 예약한다. 이후 콜센터는 운행 차량을 수배하는 구조다. 콜센터가 먹통이 되자 이용자들은 길에서 오도 가도 못했고, 장애인콜택시 368대도 정상적으로 운행할 수 없었다. 도내 특별교통수단 이용등록 회원은 1만 3000명, 하루 이용객은 1600명에 이른다.

경남도가 차후에 파악한 통신장애 원인은 콜센터 건물 내 인입 케이블 합선이었다. 이날 오전 9시 20분께 건물 내 정화조 공사가 있었는데, 전선을 잘못 건드렸다. 합선을 감지한 외부 변압기가 차단되면서 건물 전체가 정전되는 바람에 예약 체계도 마비된 것이다. 비상 전원으로 버틴 시각은 이날 오전 10시 40분까지였다. 그 사이에 어떻게든 대응해야 했지만, 원인 파악이 늦어지면서 온종일 혼란을 겪은 것이다.

오후 3시부터는 콜센터 직원 개인 전화번호를 활용해 수작업으로 차량과 이용자를 연결했다. 도청에 민원을 넣었거나, 장애인자립센터 도움을 받은 시민들은 이 방식으로 예약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먹통이 된 콜센터 전화번호를 붙들고 있는 수밖에 없었다. 서버 다운으로 이용객 연락망을 확보하기 어려워 대체 예약처도 알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예약 시스템은 결국, 오후 6시쯤에야 복구됐다.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이날 지역 센터를 거쳐 곳곳에 고립된 휠체어장애인에게 이동수단을 지원하는 한편, 경남도에 △이용객에게 콜센터 운영 정상화 공지 △재발방지 대책 마련 후 회신 △도청 누리집·애플리케이션에 사과문 게시 등을 촉구했다. 석욱희 경남도 교통정책과장은 "순간 정전에 대응하기 위한 임시 전원공급 체계는 있었는데, 원인 파악이 늦어져 복구에 시간이 걸렸다"라며 "이런 상황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앞으로 비상연락망 확보, 비상전원체계 확충 등 행정·기술적인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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