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연극제, 코로나에 직격탄
개막 하루 전 온라인 전환 결정
거창국제연극제 개최 추진하다
문화재단 직원 5명 확진돼 취소

코로나19로 경남 연극계는 올해도 공연 일정이 미뤄지거나 취소되는 일이 빈번했다.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현장관람 허용 인원을 제한해 공연을 이어가고자 했다. 공연과 부대행사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태가 이어지자 일부 극단은 재정난에 시달렸다. 멸치세트를 팔아 재정을 충당하는 등 극단마다 자구책을 마련해 버텨온 한 해였다.

◇사상 첫 비대면으로 치러진 경남연극제와 대한민국연극제 = 지난 3월 거제에서 열린 제39회 경남연극제는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대한민국연극제에 나갈 경남지역 대표 극단을 뽑는 경남연극제는 코로나 확산으로 사상 처음으로 비대면 행사로 치렀다.

올해 연극제에는 경남연극협회 11개 지부 12개 극단이 참가해 12편을 공연했다. 1000여 석 규모인 거제문화예술회관 대극장 객석에는 관객심사단·심사위원 등 30여 명만 앉았다. 일반 관객들은 공연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무대에 오른 배우들이 공연을 선보이면 객석 뒤에 설치된 카메라 3대가 공연 장면을 녹화했다. 관련 영상은 유튜브 채널 '제39회 경남연극제 in 거제'에 게재됐다.

2007년 전국연극제(현 대한민국연극제) 이후 14년 만에 거제에서 열리는 연극제였다.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높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개·폐막식과 시상식 등은 대면으로 열리지 못했다. 공연과 마찬가지로 부대행사도 온라인으로 송출돼 관객과 만났다.

연극제를 주최한 거제연극협회가 처음부터 비대면 기조를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 같은 결정은 개막 하루 전에 나왔다. 일부 공연이 매진되는 등 예매율이 높았음에도 부득이하게 연극제 하루 전 예매 관객에게 비대면 진행 소식을 문자로 일괄 전송할 수밖에 없었다. 일부 관객은 서운함을 표시하는 일도 있었지만, 연극인 사이에서는 "연극제가 취소 안 된 것만 해도 다행이다"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어렵사리 열린 연극제에서 사천 극단 장자번덕이 연극 <운수대통>으로 대상을 받았다. 장자번덕은 경남 대표 자격으로 지난 7~8월 경북 안동문화예술의전당과 예천군문화회관에서 열린 제39회 대한민국연극제에 참가했다. 전국 시도 대표 극단들이 참여하는 대한민국연극제 역시 사상 첫 비대면 형태로 진행됐다. 공연 영상은 경남연극제처럼 대한민국연극제 공식 유튜브 계정에 올라갔다. 코로나 상황 속에 치러진 대회에서 장자번덕은 은상과 신인연기상을 거머쥐었다. 2011년 대한민국연극제 전신인 전국연극제에서 <바리, 서천꽃 그늘 아래>라는 작품으로 대상(대통령상)을 받은 이후 10년 만의 수상이었다.

▲ 제39회 경남연극제 폐막식 및 시상식이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 제39회 경남연극제 폐막식 및 시상식이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직원 코로나 확진 탓 막 못 올린 거창국제연극제 = 5년째 파행을 거듭해온 거창국제연극제는 올해도 열리지 못했다. 거창국제연극제 상표권이 거창군으로 이전되면서 지난 7월 30일 정상 개최를 앞두고 있었지만, 연극제를 주최하는 거창문화재단 직원 5명이 코로나19에 확진돼 계획이 틀어졌다. 개막 보름여를 앞둔 시점에 발생한 일이었다. 확진 판정을 받은 직원들과 함께 근무하던 거창문화재단 직원 대부분이 방역지침에 따라 개막 예정일 직전까지 격리됐다. 이에 거창군은 거창국제연극제 개최를 전격 취소했다. 예정대로 연극제가 열렸다면 2016년 7월 이후 5년 만에 열리는 것이었다. 참여 극단들은 48편 공연 60여 회를 선보일 예정이었다.

거창연극제는 수년간 내부 비리와 주최 측 내분 등으로 내홍을 겪어왔다. 연극제를 끌어온 거창국제연극제 육성진흥회 구성원들 간 고소·고발 사태가 빚어지는가 하면, 집행위원회는 예산 문제로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

집행위와 군은 연극제 상표권 문제를 놓고 갈등을 되풀이했다. 이에 군은 집행위가 제시한 상표권 이전에 합의했지만, 상표권 감정가를 두고 시각차가 컸다. 법정 다툼을 벌인 끝에 구인모 거창군수는 연극제를 정상 개최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 집행위와 협상을 거쳐 10억 원에 합의서를 체결했다. 지난 2월 군이 사들인 상표권은 집행위 소유 'KIFT 거창국제연극제' 등 거창국제연극제 관련 4건이다. 현재 집행위 쪽은 연극제 모든 권한을 군에 넘긴 상태다. 모든 갈등을 매듭지으면서 연극제 정상화에 나선 군이지만, 예기치 못한 문제로 행사를 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연극제는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군은 2022년을 새로운 시작의 원년으로 삼고 옛 연극제 명성을 되찾기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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