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출범 실질적 주민대표기구에 참여
직접민주주의 장치 될 수 있다는 기대감

저는 우리 동네 주민자치위원입니다. 왜, 각 읍면동에 주민자치위원회도 있고, 주민자치회도 있지 않습니까. 우리 동네는 올 1월에 주민자치회로 전환해 새로 출범했거든요.

지난 1년간 제 개인 활동이나 우리 동네 주민자치회 사업에 아쉬움이 없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기자로서 여러 해 지방자치나 주민자치 취재경험을 살려서 우리 동네 주민자치위원에게 도움이 되는 교육분과 위원이 되고 싶었는데, 실제로 교육은 한 달 정도밖에 못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예전 행정 보조·자문 역할에 그쳤던 주민자치위원회와 달리 우리 동네 주민자치회가 실질적 주민대표기구로서 지위와 역할을 가지려는 지향점을 분명히 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 생각일 뿐입니다. 그 책임은 교육역을 자임했던 저의 것이기도 합니다.

출범 직전 제가 꿈꿨던 우리 동네 주민자치회 1기는 앞으로 2기, 3기가 든든하게 딛고 갈 수 있는 주춧돌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자체 교육역량을 갖고, 지금 같은 코로나19 시대에 비대면 온라인 만남 체계도 갖추고, 주민자치위원들이 동네소식지를 만드는 그런 주민자치회를 꿈꿨습니다.

더욱 아쉬운 점은 그런 꿈에 공감하는 분위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주민자치회의 역할이나 지향점에 대해 좀 더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을 충분히 커버하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한 달에도 두세 번씩 주민자치위원들이 만나서 회의를 하고, 밥 먹고 술 먹고 하면서 이웃이라는 걸 실감하게 됐습니다. 또, 그 전에는 몰랐던 우리 동네 사람들도 많이 알고, 정보도 많이 얻게 됐습니다.

주민자치회가 그야말로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그리고 동네 주민자치회를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제 가슴 밑바닥에 깔려있는 자부심 같은 것도 있습니다.

지역 사정은 전혀 모른 채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중앙정치권, 이전투구를 거듭하는 여야 정치공방에 대해 잠시라도 콧방귀 뀔 수 있는 저만의 무기 같은 것이 주민자치회입니다.

주민자치회가 장차 그들만의 리그 같은 현실정치를 충분히 대체할 직접민주주의 장치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 같은 게 생긴 거죠.

요즘 이 나라를 점령한 이슈가 있죠. 더불어민주당이냐, 국민의힘이냐 하는 좁고도 빤한 정치토론이 가져다주는 공백, 공허함, 답 없음을 언젠가는 메울 수 있을 것이라는 의지, 믿음을 주는 존재가 주민자치회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저는 우리 동네 주민자치위원입니다. 여러분도 동네 주민자치회를 노크해보시기 바랍니다.

지방자치법 개정이나 주민자치법 제정으로 주민자치회가 법적 근거를 확보하면 금상첨화이겠죠. 법적으로 주민대표기구가 되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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