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베트남에서 온 하연지라고 합니다. 11년 전, 고향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언어와 방식으로 살아가기 위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처럼 모든 것을 처음부터 배워나가야 했습니다.

그중 가장 힘들었던 세 가지를 말해 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낯선 나라에 와서 다른 사람에게 무시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저의 마음을 남편이 알았는지 한국에 오기 전부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라는 곳을 찾아봐 주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한국에 온 지 일주일 뒤부터 한국어 교실을 다니며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물론 공부가 쉽지는 않았지만 남편이 저의 원동력이 돼 주었습니다.

두 번째는 음식이었습니다. 사람들은 한국 음식과 베트남 음식이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물론 채소를 많이 사용하고 쌀을 주식으로 하는 점은 비슷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향신료나 양념 등 다른 점이 많아 입맛이 까다로운 저에게 한국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식사 때마다 밥과 김만 먹었습니다. 대부분 한국 음식은 매웠고 너무 자극적이었습니다. 그나마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잡채와 불고기뿐이었습니다. 그때 가장 고마웠던 사람은 큰 시누이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시'만 붙어도 어렵다고 하지만 저는 큰 시누이 덕분에 새로운 음식에 대한 거부감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정성스럽게 살펴 주시고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주기도 하셔서 저는 음식 향수를 차츰 잊고 한국에 잘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는 명절이었습니다. 베트남도 설날과 추석이 있지만 한국과 달리 제사 음식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 서너 종류만 만듭니다. 그러나 외동아들인 남편과 결혼한 뒤 해마다 제사 음식을 맡아야 했기 때문에 시어머니께 명절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베트남에서는 대부분 여자가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하면 남자들이 요리를 했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모두 여자의 몫이었습니다. 그래도 식구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힘든 것은 모두 사라지고 행복해집니다. 이제 한국에서 더 많은 협력이 이루어져서 평등한 관계로 함께 행복한 명절을 맞았으면 합니다.

저의 두 번째 고향은 한국입니다. 한국에 살면서 힘들고 슬픈 일도 있었지만 남편과 아이들 덕분에 행복한 순간이 더 많았습니다. 앞으로도 한국에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 매일 감사함을 잊지 않고 노력해나갈 것입니다. 지금 한국에 오신 결혼이주여성들도 모두 행복하기만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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